2002년 한때 하이닉스 반도체의 금융권 부채는 8조2천억원이었다. 99년 이후 순이익은 커녕 매년 수천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랬던 하이닉스가 올 상반기에 1조6백1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4분기 연속 영업흑자 달성이라는 결실도 거뒀다.

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에 1조6천9백81억원의 매출(해외법인 포함)과 6천8백1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전분기에 비해 각각 26% 및 79% 증가한 실적을 올렸다.

이는 지난 83년 창사 이후 사상 최대 수준으로 LG전자의 수익력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원가경쟁력 수준을 보여주는 영업이익률 때문이다.

40.1%를 기록한 영업이익률은 세계 최고의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47%)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해외 경쟁사인 독일의 인피니언(16%)이나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러지(9%)보다 월등히 높다.

이는 하이닉스가 투자재원의 전략적인 배분을 통해 생산공정 효율을 높이는 데 성공함으로써 세계적인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플래시메모리 등의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비중을 효과적으로 확대해온 것도 실적 호조의 한 요인이다.

하이닉스는 이 같은 영업이익을 통해 올해 투자예산(1조4천억원)을 자체 조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6천8백억원에 달하는 미국 유진공장의 부채도 말끔하게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비메모리 사업을 미국 씨티그룹 계열사에 9천9백50억원을 받고 매각할 예정이어서 금융권 부채를 1조5천억원 수준까지 줄일 수 있게 됐다. 문제는 하반기 이후 하이닉스가 이 같은 호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냐다.

하이닉스 측은 지속적인 공정개선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으며 ST마이크로와의 중국 합작사업이 성사되면 해외 통상문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