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윤 해리코리아 사장(39)은 '장사의 귀재'란 별명이 따라다닌다.

가끔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기도 한다.

빈사상태의 점포를 32개나 살려낸 그의 이력 때문이다.

그는 20대에 20억원 이상의 돈을 모았다가 외환위기 당시 다 날렸다.

그러나 그는 주저앉지 않았다.

'해리피아'란 주점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다시 일어서 현재 6개 브랜드,5백여개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가맹점 총매출액은 2천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김 사장이 처음으로 장사에 손을 댄 것은 20년전. 5남1녀중 넷째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그는 고등학교 졸업후 부천역 앞에서 노점상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취급 상품은 대중가요 테이프와 액세서리.

노점상을 하면서 그는 차별화 전략을 시도했다.

뛰어난 손재주를 활용,접이식 좌판을 남보다 2배 크게 만들었다.

원하는 테이프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고객이 없도록 한 것.다음은 손님에게 신뢰성을 주는 게 관건이었다.

"비록 복제 테이프였지만 포장만큼은 깔끔하게 했습니다. 포장지 안에 반품이 쉽도록 연락처도 넣어두었죠.이렇게 신뢰감을 주다 보니 단골이 늘어 2년간 4백만원을 모을 수 있었지요. 보증금 2백만원이면 사글세방을 얻던 시절이었으니 거금이지요."

두 번째 손댄 게 당구장 운영.연고도 없는 경남 마산으로 내려가 당구대 5개를 둔 당구장을 9백만원을 들여 인수했다.

인수 전 하루평균 매출은 1만8천원.정확히 두 달 뒤 하루 매출이 13만원선으로 뛰어올랐다.

비결은 서비스 개선이었다.

"손님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니 게임 시간이 평균 45분이었어요. 그래서 40분이 지나면 어김없이 음료수를 제공하면서 말을 건넸죠.음료수 한 잔은 효과 만점이어서 10팀 중 7팀은 음료수 제공 뒤 한 게임을 더하더라고요."

세 번째 도전은 경기 안양역 인근 커피숍.32평 면적에 테이블 15개를 갖춘 커피숍은 상권과 입지가 좋은데도 88년 당시 하루 매출이 2만∼3만원에 그쳤다.

"내부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죠.2천5백만원을 투자해 인테리어를 일부 수리하고 나니 하루 매출이 20만원대로 뛰었습니다.하지만 더 상승하지는 않더군요." 그는 매출 증대 방안을 다시 고민했다.

어차피 커피숍이란 분위기를 보고 찾아오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돈을 빌려서라도 전면 리뉴얼해보자는 결심을 했다.

"손재주를 믿고 직접 인테리어 공사에 나섰습니다.36시간 밤낮 없이 일하고 난 뒤 8시간 자는 강행군을 한 달간 했더니 아늑한 45평짜리 가게로 변하더군요."

가게가 새로워지자 손님도 변했다.

30,40대 고객이 사라진 대신 20대 초·중반 고객들이 몰려왔다.

20만원을 턱걸이하던 하루 매출은 9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총 4천만원을 투자한 이 커피숍은 한 달 순익 9백만원을 벌어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했다.

이런 식으로 김 사장은 비디오대여점 노래방 아이스크림점 호프집 등 17개 업종,32개 점포를 리뉴얼해서 넘기는 방식으로 20억원의 거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외환위기가 닥쳤다.

당시 인테리어 업체를 설립,기반을 다지던 그는 어음과 수표가 순식간에 휴지가 되면서 빚 독촉에 시달려야 했다.

갖고 있던 가게 권리금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결국 가진 재산을 다 털어넣고도 빚이 6억원 남더라고요. 집도 날리고 4년간 보증금 5백만원짜리 반지하 셋방에서 재기할 날만 기다렸지요. 많은 아이템을 생각해 봤지만 주점 프랜차이즈는 대기업이 들어오지 않아 열심히 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했지요."

20대 고객의 심리를 잘 아는 그는 주점 프랜차이즈를 키우는 데 열정을 쏟았다.

오전 7시에 집을 나서 새벽 2시 이전에는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다행히 그동안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었다.

신생 브랜드인 해리피아 가맹점에 속속 가입,해리피아 붐을 일으켜준 것이다.

첫 브랜드 성공에 힘입어 비어캐빈,넘버텐,유객주 등 후속 주점 브랜드들도 잇달아 히트 대열에 합류했다.

최근에는 분식점 '소솜',피자·치킨·샐러드 복합점 '브링웰'을 선보이면서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장기 불황에 대비해 올해부터는 군계일학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업체와 확실히 차별화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점포를 전면 리뉴얼하고 있죠."

가맹점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해리피아와 소솜의 리뉴얼 비용 중 50%는 본사가 댄다.

재단장을 마친 점포들은 지역 상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도약을 꿈꾸는 김 사장의 수완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