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펌 변호사 출신으로 외부에서 영입된 40대 정부 고위직 인사가 처음으로 장관급에 임명돼 화제다.

주인공은 김현종 신임 통상교섭본부장(45).

참여정부 들어 고위직 인사들의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는 외교통상부도 예외가 아니지만 김 신임 본부장은 장관급 인사 명단에 오른 다른 이들보다 10년 이상 젊은 파격 인사다.

그는 국내 최고의 국제통상 전문가 중 한명으로 꼽힌다.

김 본부장은 노르웨이 주재 대사를 지낸 김병연 전 코리아헤럴드 회장의 장남이기도 하다.

외교관이던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 3,4학년을 제외하곤 정규 교육과정을 모두 해외에서 마쳤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법학박사를 취득, 미 뉴욕주 로펌에서 통상분야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설립 논의가 무르익던 지난 93년 당시 황무지나 다름없던 국내 통상분야에서 일해 보겠다는 결심으로 귀국, 김신&유 법률사무소와 홍익대 무역학과 교수를 거쳐 95년 통상자문 변호사로 외교부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99년에는 WTO 사무국 분쟁해결 상소기구 법률자문관에 응모, 5백대 1의 경쟁을 뚫어 화제가 됐다.

김 본부장은 WTO에서 일했던 4년간 "외국인들이 한국에도 이런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일했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하곤 한다.

임기를 마친 후 귀국해 고액의 연봉이 보장된 국내외 로펌의 제의를 뿌리치고 참여정부의 차관보급(통상교섭조정관) 공직 제의를 받아들였을 때 주변에서 '정신나간 사람'이란 소리도 들었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에센스가 있듯이 나에게는 국가관과 국익이 에센스였다"고 외교부 복귀 배경을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평소 '국익'의 개념에 대해 폐쇄적 사고보다 개방적 사고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내총생산(GDP)의 60% 이상을 해외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세계 시장의 개방추세에 뒤처져서는 안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김 본부장의 최대 무기이자 경쟁력은 뛰어난 영어 실력과 해박한 통상관련 법률지식.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명확한 논리와 법률적 배경지식을 통해 젊은 나이로 인한 중량감 부족을 극복하고 협상테이블을 주도해 나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경험했듯 부처간, 이익집단간 이해 다툼이 복잡하게 얽힌 통상문제를 풀어가는데 그가 가진 미국식 사고방식이 오히려 약점이 될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