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인쇄용지에 대해 미국 정부가 수출 자율규제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제지업계와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측은 최근 한국산 인쇄용지가 정부의 보조금 덕에 부당하게 싼값으로 미국에 수입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자율규제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수출 자율규제는 수입국의 일방적인 수입제한조치가 예견될 때 이를 회피하기 위해 수출국이 자율적으로 수출 물량,가격 등을 규제하는 것이다.

미국측은 이에 앞서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2차 한·미 통상현안점검회의에서도 △신호제지가 워크아웃 졸업과정에서 채권금융회사로부터 6천3백억원을 출자전환받은 점 △한국제지의 울산공장 이전시 양도소득세 감면받은 점 △계성제지의 경우 법정관리 기간 중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은 점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었다.

산자부는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어떠한 보조금도 지급한 일이 없으며 물량조절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저촉되므로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서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지업계도 수시로 정부와 대책을 협의하는 등 활발한 로비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제지공업연합회장인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은 지난달 통상현안점검회의때 보름가량 미국을 방문,미국 제지·목재·펄프연합회(AF&PA)에 한국 입장을 전달한 데 이어 이달에도 협상을 벌였다.

미국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미국 경기 회복으로 한국산 아트지의 대미 수출이 급증해 미국 제지업계가 강한 불만을 표출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솔제지 신무림제지 등 인쇄용지 제조업체 6개사의 대미수출은 2000년 24만4천t에서 이듬해 미국 경기침체로 19만5천t에 그쳤으나 다시 늘어나 작년에는 35만6천t에 달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20만3천t을 기록했고 하반기까지 40만t(약 3억6천만달러)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쇄용지 수출 중 대미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1년 21.1%이던 것이 지난해 35.6%로 커지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AF&PA는 미국 워싱턴주를 포함,중서부 쪽에서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이익집단"이라며 "특히 올해 미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이들의 의견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은 어느 나라에서나 기업파산정리법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부당한 보조금으로 볼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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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 수출자율규제(VER;voluntary export restraint)=상계관세 등 수입국측의 수입제한조치 발동을 회피하기 위해 수출국 정부나 단체가 자율적으로 수출물량이나 가격 등을 제한하는 수출규제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