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철학자이자 역사가로 칼리스테네스(BC 360∼327년)라는 인물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조카인 그는 훗날의 마케도니아 대왕 알렉산더와 함께 아리스토텔레스 문하에서 공부했다.

이런 이력 덕에 칼리스테네스는 알렉산더의 최측근 종군 사관이 됐다.

사람들은 그의 입신을 부러워했다.

그러나 소원을 묻는 알렉산더에게 햇볕을 가린다며 비켜달라고 했던 디오게네스의 평가는 달랐다.

"그의 처지가 불쌍해. 이제부터 그는 알렉산더의 변덕에 맞춰 먹고 자야 하니까."

디오게네스의 예견대로 칼리스테네스는 스스로 신격화하는 알렉산더를 비난하다 결국 죽임을 당했다.

지난주 화제를 몰고온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보면 디오게네스가 평가한 칼리스테네스가 연상된다.

코드도 안 맞는 정부의 경제팀장으로서 시장경제에 대한 우려와 386세대의 낮은 생산성을 비판하고서도 본인 뜻이 잘못 전달됐다고 봉합해야 하는 처지이니 말이다.

폭염과 열대야 속에 주말 시원한 소나기가 반갑다.

더불어 이번 주에는 장관들도 휴가를 가고 노동계 하투(夏鬪)도 한고비 넘기면서 비교적 조용해질 것 같다.

상생 대신 상쟁으로 치닫는 정치권도 하한기를 맞는다.

27일부턴 다시 더워진다는데 살림살이 어려운 서민들이 휴가라도 맘 편히 다녀올 수 있으면 좋겠다.

경제장관들은 대부분 이번주나 다음주 휴가일정을 잡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경제상황에 맘껏 쉬지도 못할 것 같다.

이 부총리는 휴가를 겸해 제주에서 능률협회와 전경련 하계세미나에서 강연(각각 25일, 28일)한다.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갖길 기대한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능률협회 강연(26일)에서 일본식 장기불황 우려를 어떻게 에둘러 표현할지 주목된다.

두 경제 선장들의 경제 걱정은 29일 발표될 통계청의 6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새삼 확인될 전망이다.

소비ㆍ투자 부진의 지속 등 우울한 성적표가 예상된다.

같은 날 발표되는 재정경제부의 올 상반기 해외 직접투자 동향과 산업자원부의 2백대 기업 하반기 설비투자계획은 서로 비교해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은의 6월 국제수지 동향(29일)도 경상수지 흑자규모보다 개인송금 등 자본유출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고비는 넘겼다지만 일주일째 파업 중인 LG칼텍스정유와 새로 가세한 쌍용자동차 한보철강 등 하투 불씨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밖에 협상초안 발표 뒤 속개되는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스위스 제네바, 27∼29일)도 이제는 꼼꼼히 살펴야 할 때다.

<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