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양상선의 노동조합과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범양상선 매각 지연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범양상선 노조는 지난 19일부터 5일째 서울 남창동 대한화재 건물에 마련된 범양상선 데이터룸을 봉쇄,인수후보 업체들의 실사를 지연시키고 있다.

노조는 "산업은행이 노조와 대화 채널을 갖고 정보를 공유할 의향을 보이지 않는다면 데이터룸 봉쇄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면서 "다음주부터는 상급기관인 사무금융노조연맹과 연대해 노조의 입장을 관철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노조의 데이터룸 봉쇄는 범양상선 노사간에 풀어야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특히 노조가 요구하는 정보공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매각이 국제경쟁입찰을 통해 이뤄지는 데다 인수의향 업체들과 사적인 비밀을 지키기로 한 만큼 노조에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면서 "노조는 이해당사자이긴 하지만 매각의 주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장진원 범양상선 사장은 지난 22일 이경국 노조위원장을 만나 중재에 나섰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데 실패했다.

노조의 주장에 일리가 있지만 매각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데이터룸 봉쇄를 풀어달라는 경영진의 요청에 노조는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직접 대화하겠다며 데이터룸을 계속 봉쇄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양상선 관계자는 "타협을 성사시키는데 한계를 느끼고 있지만 양측을 계속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