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종길 교수의 유족 등은 23일 최 교수의 의문사 사건에 대해 법원이 내린 화해권고 결정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종길 교수를 추모하는 사람들의 모임'과 `최종길 교수 고문치사 진상규명 및명예회복 추진위원회'는 이날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날 중 서울중앙지법에 이의신청서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법원은 이 사건 재판을 다시 시작해야 하며 이 경우 최 교수가 중앙정보부에서 고문을 당해 숨졌는지, 이 사건의 경우 국가손해배상의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볼 것인지 등에 대해 법원이 판단을 내려야 한다.

유족 측은 "우리는 타협이 아니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판결을 원한다"며 "아무런 특단의 명예회복 조치도, 소멸시효 문제에 대한 판단도 없이 결과적으로 배상액만을 정하는 화해조치에는 합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법원이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사실 관계 전반에 관해 심사숙고해정리한 점은 감사한다"면서도 "그러나 실질적 피고인 국가정보원이 국가의 불법 행위 시점으로부터 5년, 또는 손해 인지시점으로부터 3년으로 돼 있는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에선 이런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특히 "유가족은 30년 동안 가능한 모든 법적 조처를 다 취해왔으나 피고인 국가의 외면과 태만으로 그 진실이 밝혀지지 못했던 것"이라며 "시간의 경과로인한 법률적 불이익을 유가족만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국회는 국가의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 및 국가손해배상의소멸시효를 없애도록 입법하고 국가는 시효의 이익을 과감하게 포기해 국민의 인권을 가장 중요시하는 국가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최 교수는 1973년 10월 `유럽 거점 간첩단 사건'과 관련, 중앙정보부에서 조사를 받다 숨졌고 중정은 당시 "최종길이 간첩임을 자백한 뒤 조직보호를 위해 투신자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의문사진상규명위는 2002년 5월 "최 교수가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숨졌다"고 발표했고 당시 중정 공작과장 안모(75)씨는 "최 교수는 간첩이라고 자백한 적이 없고 투신자살 발표는 조작된 것"이라고 증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