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과 함께 국내 화섬업계 마지막 버팀목 역할을 해온 코오롱이 구조조정 문제를 놓고 한 달째 '독감'을 앓고 있다.

회사는 살아남기 위해선 노후화된 폴리에스터 설비를 폐기하고 올해 안에 반드시 사업구조 개편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그러나 노조는 고용이 불안해진다며 회사의 방침에 반발,장기 파업을 벌이고 있다.

물론 공장은 한 달째 서있다.

코오롱의 구조조정 성공 여부는 공급 과잉,경쟁력 상실 등으로 혼돈에 빠진 화섬업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섬유업계의 관심이 이 회사의 노사갈등에 집중되고 있다.

◆구조조정 vs 파업

코오롱은 화섬사업이 한계상황에 다다르자 지난해부터 노후 나일론 설비를 철거하는 등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

올해는 노후 폴리에스터 설비를 뜯어내고 전자소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 설비로 교체하기로 했으나 이 계획이 노조의 반발에 부딪친 것이다.

신규투자부터 하고 나서 한계사업을 정리해 고용을 보장해 달라는게 노조의 요구다.

회사측은 그러나 "매출액 이익률이 마이너스 45%에 이를 정도로 돌릴수록 적자가 나는 설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근무형태를 3조3교대에서 4조3교대로 변경해 일자리를 나누자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근무 형태를 변경하려면 신규채용을 통해 인원부터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또 다른 한계 설비인 폴리에스터 스파크 제품의 생산 설비를 철거해 인력 수요를 줄여 지금 인력만으로 4조3교대를 실시해보자는 대안을 내놓았지만 노조는 "야금야금 공장을 전부 세우려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살아남으려면 올해는 반드시 구조조정에 성공해야 한다"며 "변신에 실패한다면 코오롱을 포함한 한국의 화섬산업의 시계바늘은 20년 전으로 되돌아가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피해

코오롱은 지난 한달간의 파업으로 약 3백억원의 매출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하루 10억원씩 손실이 발생한다는 계산이다.

회사측은 지난해 6백84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어온 상황에서 파업 장기화로 적자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LG칼텍스정유는 그나마 돈이라도 많이 벌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코오롱은 파업이 지속되면 최악의 경우 회사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사내에 감돌고 있다"고 전했다.

코오롱으로부터 원사를 공급받는 대구·구미지역 1백여개 중소 직물·가공업체들도 파업 장기화로 반 이상이 공장을 세우는 등 코오롱의 파업이 지역 경제에도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파업

지난 20일 17차 교섭이 결렬된 직후부터 노조의 투쟁 강도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코오롱 과천 본사는 구미에서 올라온 노조원 1백20명에 의해 점거된 상태.23일에는 6백여명의 노조원들이 추가로 상경투쟁에 합류할 예정이어서 물리적 충돌 가능성마저 우려된다.

회사측이 제기한 구미공장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지만 노조원들은 이번 파업 사태와 관련이 없는 스판덱스 공장의 생산품 출하까지 막고 있다.

회사측은 "협상에 진전이 없고 노조가 강경 일변도의 투쟁을 고수할 경우 사용자로서 법적 대항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며 노조가 보다 현실을 직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