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유영철(34)씨가 살해한 여성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수개월 전에 경찰에 실종신고된 것으로 드러났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일단 `납치사건' 가능성을 의식하고 수사를 벌이긴 했으나 실종자의 행적 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등 답보상태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5일 유씨가 검거돼 범행을 자백하기 전 유씨에 의해 피살된 여성 11명 중 출장마사지 업체 종사자 3명에 대한 실종신고가 이미 경찰에 접수됐다.

피살된 권모(24.여)씨의 친구 김모(22)씨는 지난 3월23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출근한다고 나간 뒤 일주일이 지나도록 귀가하지 않았다"고 권씨 실종 사실을 서울마포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은 같은달 25일부터 권씨의 애인과 친구 등을 조사하는 한편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조회하는 등 수사를 벌였지만 권씨가 집을 나간 15일 이후의 행적에 대해서는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한 상태다.

한모(34.여)씨는 지난달 4일 서대문경찰서로 실종신고가 접수돼 다음날 관할인 마포경찰서로 이첩됐다.

한씨의 남동생은 당시 "사흘 전 모델을 꿈꾸던 누나가 모델 에이전시 관계자를 만난다고 해서 약속장소인 신촌에 데려다줬는데 이후로 귀가하지 않았다"며 "누나가 `길거리 캐스팅'에 속아 납치된 것 같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하면서 한씨의 통화내역에서 보도방 연결번호 국번까지 확인하고 통화기록이 많이 남아 있는 25명에 대해 조사했지만 유영철씨가 개입한 단서는 찾아내지 못했다.

지난달 말 서울 강서경찰서의 한 지구대에도 유씨가 살해한 것으로 파악된 김모(26.여)씨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실종사건 수사를 맡았던 경찰 관계자는 "신고 접수 후 단순 가출 사건으로 보기엔 의심스러워 지속적으로 수사를 벌여 왔다"며 "실종자의 인터넷사이트 접속기록까지 조회하는 등 다각도로 수사를 펼쳤지만 행적을 찾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안희.양정우 기자 prayerahn@yna.co.kr ejlov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