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에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증권업계는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한 불황이라며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

실제 일반투자자 이탈과 주식거래 급감으로 수지를 맞추지 못하는 적자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증권맨들은 조만간 불어닥칠 인력 구조조정에 좌불안석이다.

증권사의 인센티브(성과급) 축소로 불이 꺼지지 않았던 여의도 상가도 빈 좌석에 애를 태우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군기"를 바로 잡아야 한다며 "복장검사"을 실시하는 증권사도 나올 정도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중 대형 증권사 지점 가운데 절반가량이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사는 거점점포 몇개를 제외한 80∼90%가량의 영업점이 적자를 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식 거래가 줄어들면서 증권사의 주 수익원인 위탁수수료가 크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하루평균 거래대금(거래소 현물시장 기준)은 1조9천억원대로 6월(2조3백억원)보다 더 줄었다.

주가가 강세였던 4월의 3조4백억원에 비하면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한 대형 증권사 지점장은 "외환위기 때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면서 "거래가 계속 줄고 있어 지점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한 중형 증권사 임원은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강성 노조 때문에 여의치 않다"고 전했다.

브릿지증권이 무려 29개월치 월급을 주면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도 이같은 상황이 한 이유다.

증권업계는 한투증권 대투증권 LG투자증권 등 대형사 인수·합병(M&A)이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조만간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증권업종의 '꽃'으로 불렸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도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

한 투신사 임원은 "휴가시즌이지만 아직 휴가일정을 잡지 않은 펀드매니저들이 대부분"이라며 "휴가를 가더라도 눈치가 보여 대부분 2~3일로 단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남명우 대투증권 홍보부장은 "요즘 여의도에서 웬만한 음식점은 저녁은 물론이고 점심때도 예약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한산하다"고 전했다.

상가에 파리가 날리는 대신 각 증권사 구내식당에는 점심 저녁 구분 없이 언제나 긴 줄이 생기고 있다.

대신증권은 이달 초부터 회사 정문에서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에 복장검사를 시작했다.

불황 때 해이해질 수 있는 근무기강을 바로잡고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한 비상조치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