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자동차업체인 다임러크라이슬러는 12일 회사측이 제시한 비용절감안을 노조가 거부할 경우 근로자 6천명을 해고하고 일부 자동차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경고했다.

회사측이 지지부진한 실적을 타개하기 위해 추진 중인 비용절감 방안에 노조가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고 판단,강력한 대응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다임러의 이같은 노사갈등은 최근 들어 지멘스 등을 중심으로 독일 내 노사관계가 '상생(相生)'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불거진 것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비용절감 거부 땐 해고·공장 해외이전"=다임러크라이슬러의 인사책임자 귄터 플라익은 이날 비용절감 방안에 대해 노사가 끝내 합의에 실패하면 슈투트가르트 본사 인근에 위치한 진델핑겐 생산공장근로자 6천명을 해고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노조가 비용절감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곳 일부 공장을 독일 북부도시인 브레멘이나 남아프리카로 옮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르겐 허버트 메르세데스 벤츠 대표도 이날 "진델핑겐 공장은 비생산적이며 브레멘 공장의 근로자들은 휴가도 적게 쓰고 유급휴가에 대한 까다로운 규정도 없다"고 강조,플라익의 경고발언을 적극 거들었다.

현재 신형 C클래스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는 진델핑겐 공장은 연간 5억유로(약 7천2백억원) 절감안을 놓고 노사가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노조측이 2.79% 임금인상만을 철회한 상태에서 회사측이 요구하는 교대근무 형태,근로자 계약조건 변경,서비스·연구개발 부문 근로시간 연장 등에 대해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측은 임금인상 철회에 따른 연간 1억8천만유로 절감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근로계약 조건 완화 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회사측은 진델핑겐 공장의 경우 오후 교대 근로자는 15%,야간 근로자는 30%의 보너스를 받고 시간당 5분간의 유급휴식을 적용받는 등 독일 내 다른 공장보다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너무 좋아 채산성을 잠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더이상 양보할 수 없다며 지난 주말의 부분적 파업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회사측은 협상타결의 데드라인을 이달 말까지로 잡고 있다.

◆독일 내 노사상생 분위기에 찬물=노조갈등은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에 대한 투자실패,고급승용차 판매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임러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다임러 대표차종인 메르세데스 벤츠의 올 상반기 판매는 58만4천8백대에 그쳐 7년 만에 BMW(59만9백83대)에 추월당했다.

매출액도 벤츠가 3.3% 줄어든 반면 BMW는 8.5% 늘어났다.

지난 5월 중순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던 다임러크라이슬러 주가도 노사갈등 및 실적부진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지난달 말부터 내림세를 타고 있다.

다임러의 노사갈등과는 반대로 최근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지역 노사는 적극적인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독일 최대 전기전자업체인 지멘스는 지난달 24일 사측이 일자리의 해외이전을 철회하는 대신 노조는 임금상승 없이 근로시간을 늘리기로 합의했다.

앞서 독일 내 대표적 강경노조단체인 금속노조도 금속사용자 연합측과 근로시간 연장에 합의했다.

또 노조는 회사가 어려울 경우 근로자 대표가 휴일과 연말보너스를 반납할 수 있도록 했다.

포르셰도 개발인력센터 직원 근로시간 연장을 놓고 협상 중이다.

일부에서는 확산되고 있는 노사 상생분위기를 감안할 때 다임러 노사가 막판에 합의점을 도출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