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해외근무에 대한 `금녀(禁女)의 벽'이무너지고 있다.

외환은행은 13일 홍콩지점 금융기관 마케팅과 송금업무 책임자로 본점 영업부환전 책임자인 김소진(36) 과장을 발령했다고 발표했다.

김 과장은 다음달부터 3년간 홍콩지점에서 근무하게 된다.

외환은행이 여성직원에게 해외근무 발령을 하기는 지난 1967년 은행 창립 이후이번이 처음이고 은행권 전체로도 영업담당 여성직원의 해외지점 발령은 처음이다.

은행권에서는 이전에 영업담당이 아닌 여성직원이 일본지점에서 근무한 사례가한차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과장은 홍콩지점 마케팅과 송금업무 책임자를 뽑기 위한 사내공모에서 빼어난 영어회화 실력과 영업성과로 남자 직원 3명, 여성 직원 3명 등 6명의 경쟁자들을따돌리고 홍콩근무 기회를 얻었다고 외환은행은 설명했다.

지난 1987년 성동여자실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외환은행에 입행한 김과장은 송금업무를 9년이나 담당한 베테랑 실무책임자로 행내에서 정평이 나있다.

또 해외거주 경험이 없으면서도 외국인 고객이 많은 한남동지점에서 상당한 영업실적을 올릴 정도로 영어회화 실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업무와 자기개발에 치중하느라 아직 인생의 반려자를 찾지 못했다.

김 과장은 "여직원 중에서 처음으로 해외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정말 기쁘다"며 "동료 여성직원들의 기대가 큰 만큼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노찬 외환은행 해외영업본부장은 "이번 인사로 해외지점이 더이상 금녀의 일터가 아니라 능력있는 여성직원들에게 열려있는 일터가 됐다"며 "앞으로도 성별과 학력 등을 떠나 능력위주의 인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