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사귄 남자친구 소훈(김상경)이 연적 다영(오승현)의 '유혹'을 받는다.

다영은 빼어난 미모에다 부와 명예까지 갖춘 연예계 스타다.

객관적 조건이 절대 열세인 평범한 처녀 현주(김정은)는 남자친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총력전에 돌입한다.

로맨틱코미디 '내 남자의 로맨스'(감독 박제현)의 시발점은 연애관계를 지배하는 '정글의 법칙'이다.

소훈과의 관계에서 현주가 가진 경쟁력은 다영보다 먼저 그를 만났다는 사실밖에 없다.

삼각관계를 다룬 한국 멜로영화의 관행에 비춰 본다면 현주는 비련의 주인공이고 소훈과 현주의 관계도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주의 코믹한 행동이 드라마의 전면에 배치돼 낙관적인 결말이 강력하게 암시된다.

하지만 신선한 출발은 영화 중반쯤이면 진부해지고 만다.

현주의 역할과 비중이 과도한 탓에 삼각관계의 축이 일찌감치 무너진 것이다.

콧물과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현주가 현실 속 여인이라면 작은 허점조차 보이지 않는 다영은 너무 먼 곳에 존재하는 여인이다.

세상을 알아버린 듯이 행동하는 소훈이 '욕망의 부나비'가 되는 일도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같은 사실을 관객들은 금세 눈치채고 만다.

현주를 제외한 두 인물이 지나치게 평면적이기 때문이다.

소훈이 불가항력적인 욕정에 이끌려 한순간만이라도 탈선했다면 이야기는 보다 흥미진진했을 것이다.

현주의 자아찾기 장면도 상투적이다.

영어 공부에 집중하고 직장을 새로 구하는 그녀의 모습은 조금도 새롭지 않다.

종반부에 등장하는 '기다림의 장면' 역시 현실성이 없다.

현주는 차 밖에서 비를 맞으며 소훈을 기다리고 있고 그녀의 친구들은 바로 곁에서 차에 탄 채 비맞는 그녀를 지켜본다.

사랑의 갈림길에 선 당사자가 자신의 비밀을 이런 식으로 노출하고 싶었을까.

16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