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된 자국 인질을 구출하기 위한 필리핀 정부의 노력이 혼선을 빚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납치된 안젤로 드 라 크루즈가 석방됐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번복,비난을 사고 있으며 무장단체가 제시했다는 인질 살해에 대한 시한 역시 사람마다다르게 발표하고 있어 갈피를 잡기 힘든 상황이다.

필리핀의 한 고위 외교관은 11일 밤 드 라 크루즈가 아직 생존해 있으며 무장단체가 제시한 시한도 이틀 연장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다른 고위 외교소식통들은 무장단체가 인질에 대한 살해 시한을 9일연장했다고 발표했다 곧바로 시한이 11일 오후 11시(한국시간 12일 오전 4시)까지라고 번복, 혼선을 가중시켰다.

드 라 크루즈를 납치한 것으로 알려진 '할레드 이븐 알-왈리드 여단'은 당초 필리핀 정부가 이라크에 보낸 병력을 9일 내에 철수시키겠다는 약속을 11일 오후 11시까지하지 않으면 인질을 살해할 것이라고 위협했으나 지난 주말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그 시한을 24시간 연장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필리핀 정부는 이날 비상 국무회의를 열고 드 라 크루즈 구출방안을논의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델리아 앨버트 필리핀 외무장관은 4시간여에 걸친 비상 국무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우리는 공식, 비공식 채널을 통해 드 라 크루즈의 석방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국민의 지속적인 지원과 기도에 힘입어 이번 위기를 극복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앨버트 장관은 인질로 납치된 드 라 크루즈의 부인과 동생이 패트리아스 산토토머스 노동장관과 함께 이날 요르단으로 떠났다고 덧붙였다.

앨버트 장관은 그러나 "자유 이라크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당초 예정된 8월 20일 우리의 인도 주의적 파견대를 철수한다는 계획을 재확인한다"고 발표, 무장세력의 조기철군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주말 51명의 이라크 평화유지군을 주둔기간이 종료되는 8월20일 철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으나 추후 유엔 후원하에 다시 주둔할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한편 이라크에서 인질로 잡힌 불가리아인 2명은 무장단체가 제시한 살해시한이이틀이나 지났지만 아직 살아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솔로몬 파시 불가리아 외무장관이 이날 밝혔다.

(마닐라.바그다드 AFP=연합뉴스) k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