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실장이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와 추진기획단,건설교통부를 제쳐놓고 나선 것은 '대통령의 불신임,퇴진운동'이라고 배수진을 친 노무현 대통령을 거들기 위한 것이지만 반대 움직임이 빠른 속도로 현실화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석연 변호사 등 '수도이전 위헌 헌법소원 대리인단'은 12일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내면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시까지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활동을 전면 중지시켜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함께 내기로 해 행정수도 이전이 위헌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탄핵심판에 이어 또 한번 정권의 명운을 가를 수도 있는 중대사가 헌재로 넘어가면서 국민적 논란거리로 지속될 전망이다.
더구나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나뉘어진 채 서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몰아세우고 있어 건설적인 토론과 생산적인 논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을 감안,노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정책 참모'인 김 실장이 전면에 나선 것이다.
김 실장은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이 문제를 노 대통령과 함께 연구했고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뒤에도 이 문제부터 시작했다고 연원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동북아 중심으로 나아가고 사람입국의 인적자본 육성,산업구조조정으로 경쟁력 강화,국토의 균형발전 등 참여정부의 기본 목표와 직결된 것이 바로 신행정수도"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 대목에서 "수도권 인구가 매년 35만명씩 늘어나는 데도 서울이 상하이 도쿄 등과 비교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며 '졸속 반대'라고 반박했다.
다만 이전의 범위와 관련,국회와 사법부(대법원) 등 행정부 외 헌법기관은 자율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해 앞서 정부와 추진위가 밝혀온 것보다는 다소 후퇴한 입장을 보인 점이 주목된다.
국민투표 실시 여부에 대해서도 "민주적 절차가 그렇게 돼서는 안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국회가 진지하게 논의할 일"이라며 공을 국회로 떠넘겼다.
김 실장은 그러나 반대여론에 대해 "이면에는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참여정부에 대한 거부감,대선결과에 대한 불인정이 있다"며 "가장 반대논리가 강한 곳은 후보자때 반대하고,탄핵을 주도하고,행정수도를 반대하는 게 연계돼 있다"고 말해 스스로도 정치적 시각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한편 정치권은 이날까지도 정치공세만 반복하고 있다.
여권은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세력을 '기득권 부유층'으로 규정,"정권 흔들기를 중단하라"고 주장하고,야당은 "다수 여론이 반대한다"며 뚜렷한 대안 없이 재검토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허원순·이관우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