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예를 들어 베이징 한국대사관의 조환복 공사는 "긴축 쇼크는 분명 과장돼 있다"고 말하는 사람 중의 하나다.

'과도한 쇼크론' 때문에 대중(對中) 투자가 위축되고, 이는 비즈니스 찬스를 놓치게 만들 뿐이라는 논리였다.

맞는 말이었다.

전자 자동차 철강 등의 성공사례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지금의 긴축이 장차의 보약이 될 것이라는 주장은 분명 옳을 터였다.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징지르바오(經濟日報)의 잔궈슈 부국장도 "서울에 돌아가면 긴축은 일시적인 조정과정일 뿐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꼭 좀 써달라"며 한국서 온 카운터파트에게 신신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들은 적지않은 두려움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임금 따먹는 것은 이미 끝났다" "잘못하면 본전도 못 건진다"는 경고의 목소리들에선 절박감조차 배어났다.

"토지사용 허가가 안나온다" "지불조건이 나빠져 애를 태우고 있다"는 목소리는 주로 현지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분들에게서 터져 나왔다.

모 대기업에서 중국 투자를 책임지고 있는 S이사도 "여기 와봤자 판판이 진다. 이미 시기를 놓친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향후 불과 몇년을 보고 투자를 감행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그 자신도 지방 정부의 약속을 믿고 들어왔다가 중앙의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가동을 못하고 있는 공장 때문에 애를 먹고 있었다.

"제도의 리스크, 규제의 위험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그는 몇번이고 강조했다.

D종합상사의 N이사는 "섬유는 이미 끝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입금으로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어려워졌고 각종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또 짐을 싸서 이동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업체들 사이에서도 인도로 가자는 열풍이 불고 있다"며 "지난 5월 긴축 선언 시점이 아니라 이미 작년말부터 돈이 안돌기 시작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S무역은 중국에 6개 사업장을 갖고 있지만 8백만달러를 투자한 사업장의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경우였다.

이 회사의 P사장은 "개발구들의 각종 특혜가 지금은 거꾸로 리스크가 되고 있다"며 "중국은 아직 법적 제도적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칭다오에서 기업을 하는 모 인사는 요즘 환경담당 관리들의 방문이 잦아졌다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소방서와 환경담당 공무원들과 노동담당 관리들의 방문이 잦아지는 것은 그만큼 중국도 투자를 선별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KOTRA 칭다오 무역관의 김성수 관장은 분석했다.

칭다오 한인 상공인 협회장도 겸하고 있는 대원방직의 김진상 총경리는 "지금 수준에서 임금이 조금만 더 올라가면 어려워진다"며 칭다오가 직할시로 승격된다는 일부의 풍문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직할시가 되면 최저임금이 껑충 올라갈 것이라는 점이 그가 칭다오의 직할시 승격에 긴장하는 이유였다.

그는 "중국의 입장은 임금 등 조건을 맞추기 어려우면 해안이 아닌 내륙으로 옮겨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의 베이징 사무소 유재윤 대표는 "이제 관시(關係)에 의존하던 경영스타일은 끝났다"고 말했다.

중국서 대관(對官) 업무를 하고 있는 그는 "중국도 이제 법치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투자 첫 단계에서부터 법적인 문제를 명확히 해놓지 않으면 곤란한 일이 생길수 있다"고 강조했다.

긴축을 기화로 그동안의 일하는 방식도 법치, 혹은 제도화의 단계로 이행하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실제로 한국 기업인이 투자한 칭다오의 한 골프장은 농지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공사 중단과 함께 원상회복 명령을 받아 놓고 있었다.

물론 이같은 사례들은 숲이라기 보다는 나무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숲은 또한 나무로 채워지는 것이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되겠다.

정규재 부국장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