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高)유가와 중국의 긴축 정책 등 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작년 하반기 이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수출은 작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30%대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올들어서만 월간 기준 수출 기록을 세 번이나 경신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반기에도 '고공 행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수출 증가->투자ㆍ고용 확대->소비 증가'라는 수출의 내수 파급효과가 미미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수출 잠재력을 담보할 자본재 등 수입 증가율이 수출 증가율에 미치지 못해 당장 내년부터는 생산설비 부족에 따라 늘어나는 해외 수출 물량을 대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수출 기록 경신 릴레이


올 상반기(1∼6월) 누적 수출은 1천2백34억9천만달러, 수입은 1천79억8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8.6%, 25.7%씩 증가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무역흑자는 1백55억1천만달러로 작년 연간 무역흑자(1백49억9천만달러)를 앞질렀다.


월간 수출도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 연속 2백억달러를 돌파, 매월 수출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월간 기준으로 수출 최고치는 6월의 2백18억6천만달러다.


상반기 수출은 품목별로 반도체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5.6% 증가한 것을 비롯해 △무선통신기기(52.3%) △자동차(38.9%) △컴퓨터(44.0%) △조선(28.3%) 등 주력 수출 품목들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역별로는 중국(56.6%)과 유럽연합(41.2%)의 수출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미국(25.9%) 일본(31.8%) 아세안(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국가연합 지역 20.4%) 등 주요 교역 국가에서도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였다.



◆ 하반기 수출전선 '맑음'


정부는 이같은 폭발적인 수출 증가세를 반영, 연초에 발표한 올해 수출입 전망을 최근 상향 조정했다.


올해 연간 수출과 수입은 작년보다 각각 23.8%, 23% 증가한 2천4백억달러, 2천2백억달러로 전망됐다.


예상 무역흑자 규모는 2백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가 연초에 밝힌 연간 수출ㆍ입 전망은 각각 2천1백80억달러, 2천80억달러였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경기 회복과 맞물려 하반기 수출도 월간 2백억달러 안팎의 호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작년 9월부터 시작된 높은 수출 신장세를 감안하면 하반기 수출 증가율은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유가와 중국의 긴축 정책 및 위안화 절상 가능성은 하반기 수출의 잠재 복병으로 꼽힌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선진국 경기 회복에 따른 해외 수요 확대와 내수 침체 속에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의 노력으로 당분간 수출은 호조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그러나 고유가와 중국의 경기과열 조정 움직임 등은 수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수출잠재력 고갈 우려


전문가들은 장밋빛 수출 전망에도 불구하고 당장 내년 이후 우리 경제에 닥칠지 모를 수출잠재력 고갈 가능성에 대해 크게 걱정하고 있다.


올 1분기와 2분기 수출 증가율은 각각 37.7%, 39.4%라는 기록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같은 기간중 수입 증가율은 19.1%와 32.6%로 수출 증가율을 훨씬 밑돌았다.


수입 구조에서도 고유가와 원자재값 급등으로 원자재 수입 비중이 52.1%로 작년 상반기보다 2%포인트 높아진 반면 자본재(36.7%)와 소비재(10.3%)는 각각 0.7%포인트와 1.5%포인트 하락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기업들 대부분이 신규 투자 없이 기존 설비를 최대한 가동해 늘어나는 수출 물량을 감당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수출잠재력 확보의 토대가 되는 자본재 수입이 둔화되면 당장 내년 이후부터 수출전선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