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수하동의 동국제강그룹 본사.1972년 옛 청계초등학교 건물을 개조한 3층짜리 사무실은 지난해 기준 매출 3조6천억원에 재계순위 27위(공기업 포함)인 대기업 사옥으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사옥을 짓기보다는 설비 첨단화가 우선"이라는 창업주 장경호 회장의 뜻도 있었지만 철사에서 시작해 H형강 후판 등 철강업만 고집해온 특유의 '외곬 경영' 탓이기도 하다.

재계에서 가장 보수적이라는 평을 들어온 동국제강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변신을 선언했다.

고 장경호 창업주-고 장상태 명예회장-장세주 회장에 이르는 3대에 걸친 철강 단일업종의 고집을 꺾고 신규사업에 과감히 진출,새로운 50년을 맞기로 한 것이다.

CI를 변경해 보수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털어내고 30년이 넘은 낡은 사옥을 부숴 그 자리에 초현대식 사옥을 짓기로 했다.

동국제강은 7일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서 중장기 비전을 발표했다.

그동안 영위해온 철강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물류 해운 건설 등 신규사업에 새롭게 진출에 그룹의 덩치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신규사업에 진출한다해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철강업의 '기초체력' 강화.브라질과 영국에서 후판 원재료인 강괴(슬래브) 합작사업 및 공장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충남 당진 고대지구 30만평 부지에 철강공장을 새로 짓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동국제강그룹은 이를 통해 2008년까지 매출액을 현재의 2배인 7조원으로 늘린다는 전략이다.

철강부문의 매출을 5조원으로 늘리고 신규 사업 분야에서 2조원을 끌어내겠다는 생각이다.

변신의 상징은 역시 CI 개편이다.

동국제강의 영문 이니셜 'D'와 'K'를 형상화한 CI는 산업의 근간이자 행복의 주춧돌이 되겠다는 기업이미지를 표현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또 다른 상징은 사옥 신축.청계천 복원사업과 맞물려 내년 중 본사 사옥 건설에 착공,초현대식 빌딩을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장세주 회장은 "인재와 혁신,열정을 향후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설정하고 변화와 성장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동국제강의 출발점은 쇠못공장을 경영해 자본을 축적한 장경호 창업주가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대규모 철강공장을 설립한 1954년이다.

동국제강은 지난 66년에는 국내 최초로 전기로 제강기술을 도입했고 71년에는 국내 첫 후판공장을 준공하는 등 그동안 민간 철강기업 가운데 '종갓집'임을 자임해왔다.

동국제강은 유니온스틸과 국제종합기계 유니온코팅 국제통운 동국통운 DK해운 부산항4부두 등 7개 계열사를 갖추고 있으며 지난해 7백25만t의 철강제품을 생산했다.

이날 롯데호텔에서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는 구본무 LG 회장과 일본 JFE홀딩스의 에모토 회장,도쿄제철 이케다니 사장,세아제강 이운형 회장 등 7백여명이 참석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