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옵션 시장은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주무대다.

현물시장에서 큰 손실을 본 개미들이 마지막으로 '배팅'하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개미의 무덤'으로 불리기도 한다. 현물시장의 하락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시장으로서의 리스크 헤징기능이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국내 선물·옵션 시장은 몇몇 '큰손'(장외고수)들이 주물러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서서히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잘 알려진 장외고수로는 '홍콩물고기' '목포세발낙지' '압구정 미꾸라지' 등이 꼽힌다. 물론 본명은 아니고 증권가에서 붙여준 별칭들이다.

'홍콩물고기'는 선물·옵션시장에서 활동하는 홍콩계 헤지펀드다. 'Trout'(송어)라는 계좌로 활동한 데서 이름이 유래됐다.

현물과 연계된 헤지성 거래보다는 선물가격 변화에 따른 매매차익을 얻는 투기거래(Speculation)를 주로 해왔다.

지난 99년 말∼2000년 초 국내 선물시장에서 활약하며 시장을 뒤흔들었던 전력이 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최근 4년 만에 국채선물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돌아온 홍콩물고기는 외국인 순매수 포지션의 약 20%를 차지하는 '큰손'으로 국채시장을 주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목포세발낙지'는 '토종 큰손'이다. 대신증권 목포지점에서 선물 트레이더로 활동하면서 놀라운 수익을 올렸던 장기철씨가 주인공이다.

90년대 중후반 선물시장 태동과 함께 거래물량을 좌지우지할 만큼 유동성을 늘리는데 기여하면서 수익도 많이 챙겨 시장에서 붙여준 이름이다.

장씨는 대신증권 전산직으로 입사,선물·옵션과 관련한 전산매매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실력을 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자신이 몸 담고 있는 대신증권의 주식 수백만주를 사들여 관심을 끌기도 했다.

'압구정 미꾸라지'는 국내 선물시장 개장 당시부터 서울은행 주식운용부에서 파생상품 투자를 시작한 후 매년 놀라운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윤강로씨의 별명이다.

미꾸라지처럼 손실 위험을 잘 피해갔다고 해서 이 같은 별명이 붙은 것으로 전해진다. 윤씨는 지난 98년 은행을 그만둔 이후 매년 수백%에서 수천%에 이르는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한국선물이라는 회사를 인수,제도권에 발을 들여놓기도 했다.

이들 장외 고수들이 '1세대'라면 자생적으로 세력화된 개인들과 공동으로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펀드와 투자클럽은 최근 떠오르고 있는 선물·옵션 시장의 신진 세력들이다.

이들은 뉴스와 정보의 수집·가공능력은 물론 선물프로그램 개발 등에서 기관투자가를 능가하는 실력을 갖춘 '프로집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주로 강남 일산 분당 여의도에 있는 오피스텔에 상주하면서 메신저 등을 통해 공동보조를 취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지수선물 거래비중(거래량 기준)은 △개인 46.7% △외국인 22.0% △증권 25.2%로 개인비중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에는 개인 55.1%,외국인 16.3%,증권 22.1%였다.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할 경우 개인 비중은 50%를 웃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