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 노조의 파업 사태가 장기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노사가 파업 해결을 위해 주말에 연쇄 협상에 나서는 등 막판 절충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한미은행 노사는 파업 10일째를 맞은 4일 오전 11시30분부터 서울시내 모처에서하영구 한미은행장과 서민호 한미은행 노조 위원장이 만나 3차 대표자 회의를 했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오후 1시께 정회했다.

노조는 대표자 회의 정회 이후 사측에 이날 오후 5시부터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노사 양측의 대표들이 함께 참석하는 공개 본회의를 제의했지만 사측은 노조가서울 중구 다동 본점의 점거 농성을 풀지 않는 이상 공개 본회의에 응할 수 없다며노조의 제의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에 따라 노사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진회 한미은행 부행장은 "노조가 본점의 점거 농성을 해제하고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하도록 해 준다면 본회의를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본회의 제의를받아 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부행장은 이어 "노조가 본점 점거를 해제하지 않는다면 오후에 중단됐던 대표자 회의를 속개해 쟁점 사항들을 일괄 타결하는 게 협상의 진행을 위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노사는 이에 앞선 지난 3일에도 단체교섭 본회의(노사 대표단 회의)에 이어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하 행장과 서 위원장간의 2차 대표자 회의를 했다.

노사는 협상 방식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는데 이어 독립경영, 상장폐지 철회,한미은행 상호 유지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아직도 대립하고 있어 주말 협상의 결렬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주말 협상이 결렬되면 고객 불편 가중과 전체 금융시장의 불안을 막기 위해 다음주 초께 공권력이 투입되고 한미은행의 노사 협상도 파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미은행은 지난달 25일 노조의 파업 돌입 이후 지난 2일까지 2조196억원의 예금이 빠져나갔고 어음교환 업무 등이 한계 상황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노사의 협상 결렬 가능성에 대비, 지난 3일 법원으로부터 양병민 금융노조 위원장과 서 위원장, 권오근.정운수 부위원장, 이재구 조직부장 등 파업 지도부5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공권력 투입 시기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노사 양측이 협상을 진행중이기 때문에 체포영장 집행을 서두르지 않을 계획이지만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권력 투입이라는 압박감이 작용하고 있고 파업이 다음주에도 계속될경우 영업력 훼손과 여론의 비난 등이 예상되기 때문에 노사가 협상을 재개, 극적인타결을 이끌어낼 가능성도 남아있다.

한편 한미은행 노조의 파업은 지난 2000년 말 국민.주택은행의 파업(8일) 이후은행 파업으로는 최장기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고준구기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