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학고재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서양화가 송필용씨(46)는 '물'을 그린다.
온통 푸른 쪽빛이 있는가 하면 비취색 옥빛이 등장하기도 하는 그의 그림은 보는 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작가는 소쇄원 송강정 등 조선 가사(歌辭)문화의 산실인 정자와 원림(園林)을 화면에 담아 왔다.
그의 회화세계는 수차례에 걸친 금강산 탐방을 계기로 4∼5년 전 금강산의 진면목을 찾는 작업으로 전환했다.
이번 신작은 또다른 변신이다.
동해의 해금강과 삼일포,금강산의 옥류담 연주담을 그린 30여점을 출품했는데 '흐르는 물처럼'이란 주제에 똑떨어지게 '물색의 표현'에 치중한 그림들이다.
푸른 쪽빛은 구룡폭 비봉폭 등 폭포수의 절벽바위를 처리한 색감이다.
폭포수의 기세와 하얗게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한 폭의 풍경화 같다.
이에 반해 '금강옥류''보길도 세연지'에 등장하는 정적인 연못의 물색은 비취색 옥빛으로 표현했다.
원색을 과감하게 사용함으로써 얻어낸 깊은 색감으로 인해 보는 이로 하여금 색채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게 한다.
작가는 이번 신작을 통해 대담한 기법으로 대상을 단순 추상화했다.
웬만한 자신감이 없으면 시도하기 힘든 작업이다.
송씨는 이번 신작에서 우리 전통회화의 기법을 원용했다.
흰 폭포수와 푸른 쪽빛의 바위는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나 단원 김홍도의 '구룡폭포'가 지닌 '단순미'를 현대적인 시각에서 재해석한 것이다.
옛 선비들은 직접 폭포를 보지 못하더라도 서재에 관폭도를 그려넣고 바라봄으로써 물을 즐기고 물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자 했다.
송씨는 물을 그리는 이유에 대해 "물이 가진 기운과 물이 만들어내는 대기의 효과가 우리 땅을 아름답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막힘없이 흐르는 물을 통해 물의 외형적 모습보다는 물이 지닌 다양한 의미와 정신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전남대 미술교육과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전남 담양에서 작업에만 전념하고 있다.
13일까지.(02)739-4937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