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중교통체계 개편이 시행된 첫날부터 새 교통카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등 곳곳에 허점이 노출되면서 준비소홀이 주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시는 7월 1일이라는 시행날짜에 집착한 나머지 시간에 쫓겨 제대로 점검과시범운영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전면 개편을 강행, 시민 불편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날 서울과 수도권 모든 지하철역에서 교통카드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아 혼란이빚어진 것도 이미 며칠전에 똑같은 사고가 터졌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견이 가능한 일이었다.

앞서 지난달 28일 오전 4시 50분부터 4시간 가량 지하철 1∼4 호선 전 구간 개찰구에서 교통카드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시는 `운영자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하면서 시범 운행 등을 거쳐 7월 1일부터는 정상 작동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했다.

이를 위해 시는 30일 오후 10시부터 지하철 전 구간에 무료 승차를 실시하고 이시간을 이용, 단말기 교체 및 새 교통카드 프로그램 전환 작업을 마쳤으나 서울역,뚝섬역 등 6개 역에서만 시범운영을 실시했다.

시 관계자는 "전 역사에 대한 시범 운행을 하려면 전 역사를 하루종일 무료 개방해야하는데 이는 돈하고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함부로 결정하기 어렵다"면서 "그동안 프로그램 전환 과정에서 일부 역사에 대한 시범 운행은 꾸준히 거쳤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2호선 잠실역사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가 미리 한번쯤 전 구간에 대한시범 운행을 한 뒤 이때 발생한 문제점을 개선한 뒤 본격 운영을 시작했어야 했다"면서 "결국 시민들에게 욕을 얻어먹는 사람은 지하철역 실무자들이 아니겠느냐"며불만을 표시했다.

이날 버스 운전기사와 승객들에게 버스 배차 간격 등을 알려주는 버스종합운영시스템(BMS)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시는 전체 8천대의 버스 중 5천대에 BMS시스템을 설치했으나 간선버스 일부 등에서 운영되지 않은 것. 이 시스템은 위성을 포함한 유.무선 통신 등 첨단 기술의 합작품으로 복잡한 버스 운행 환경에 접목돼 제 기능을 발휘할 지 진작부터 의문이 제기된 터였다.

시 관계자는 "간선노선의 경우 기존 버스가 새 노선에 투입되는 과정에서 전체2천200대 중 270여대가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아 이날 작동하지 못했다"면서 "사전에테스트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시스템을 안정화시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는 이번 교통체계개편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주장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면서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시민들이 겪을 정신적 스트레스, 불편 등을 고려하지 않은 공급자 중심의 행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 것이다.

민만기 녹색교통 사무처장은 "개편된 노선체계가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고, 각역에 배치된 안내요원들조차 노선을 모르는 경우가 많은 데다 각 버스에도 디자인상경유지가 제대로 표기되지 않아 시민들이 일대 혼란을 겪었다"라며 "막판홍보에 집중한 시의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나 짚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지하철노조, 도시철도노조 등으로 구성된 `대중교통 공공성 강화를 위한 연대회의' 권용석 집행위원은 "교통개편과 같은 시민의 일상에 중요한 사안을 제대로준비도 하지 않고 한꺼번에 밀어붙이는 것은 시민들을 볼모로 한 지나친 성과주의"라고 비난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이율 기자 fusionjc@yna.co.kr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