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는 시장규모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경기 회복에 가장 중요한 요인입니다. 일본도 (한국처럼) 내수보다는 수출 중심으로 성장한 나라지만 최근 경기회복 요인을 살펴보면 결국 견실한 내수 성장이 경기 회복의 바탕이 됐습니다." 한국후지제록스 창립 30주년을 맞아 방한한 고바야시 요타로(小林陽太郞) 후지제록스 회장(사진)은 27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제 막 불황을 탈출한 일본의 경험이 한국의 경제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고바야시 회장은 최근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극심한 불황을 딛고 일어서게 된 요인으로 △디지털 제품 등으로 촉발된 내수소비 증가 △부실채권 정리에 따른 금융위기 불안감 해소 △심리적 자신감 회복 등 세가지를 꼽았다. 그는 이 가운데 내수시장 활성화가 경기 회복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고바야시 회장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정부는 리더십을 갖고 기업 및 정치권과 힘을 모아 내수 진작에 나서야 한다"며 "기업들도 불황이라고 납작 엎드려 있어선 안되며,오히려 국내 소비자를 매료시킬 상품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내 새로운 소비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바야시 회장은 그러나 한국도 일본처럼 출산율 감소가 노동인구 감소를 불러와 향후 내수 시장 회복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노동인구 감소로 경제가 어려워지면 나중에 연금 타기도 힘들어지는것 아니냐'란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소비 위축 조짐까지 우려되고 있다"며 "한국도 지속적인 내수시장 성장을 원한다면 성숙사회로 들어서고 있는 지금부터 국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씻어주는 정책을 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바야시 회장은 아울러 지난 10여년간 일본경제가 침체를 겪게 된 원인으로 △경제주체들이 경제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점과 △정부와 정치권이 실물경제를 담당하는 기업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던 점을 꼽았다. 그는 "'잃어버린 10년'은 경제주체들이 은행의 부실채권 등 (악화일로를 걷던) 경제 현실을 외면한데서 비롯됐다"며 "당시 관료와 정치권이 부실채권 문제처럼 부담스러운 사안에 대한 처리를 미루고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다가 피해만 커진 셈"이라고 말했다. 고바야시 회장은 이어 "실물경제를 담당하는 기업을 배제한 채 정부와 정치권이 90년대 일본경제를 좌지우지한 것도 장기 불황을 부른 원인이 됐다"며 "반면 고이즈미 내각은 민간기업 중심으로 꾸며진 경제재정자문위원회를 총리 직속기관으로 두는 등 민간의 정보를 충분히 반영하는 정책을 펴면서 경제도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 [ 약력 ] △영국 런던 출생(1933년) △일본 게이오대 경제학부 졸업(56년)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와튼스쿨 졸업뒤 후지필름 입사(58년) △후지제록스로 전직(63년) △후지제록스 그룹 사장(78년) △후지제록스 그룹 회장(92년) △일본 경제동우회 대표 간사(9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