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 충격'] "살고싶다" 절규도 메아리로…피랍에서 피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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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의 간절한 기원에도 불구하고 김선일씨는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고국 땅으로 돌아오게 됐다.
학비를 벌어 목사가 되겠다던 그의 꿈은 산산이 부서졌고, "나는 살고 싶다"는 피맺힌 절규는 온 국민의 마음 속에 애끓는 메아리로 울려퍼지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6월15일 이라크 주둔 미군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가나무역의 아랍어 통역원으로 이라크 땅을 밟았다.
비극의 시작은 지난 5월31일.
김씨는 이라크 경호원 1명과 업무차 바그다드 서쪽 2백㎞ 떨어진 미군 리지웨이 캠프에 들렀다 돌아오던 중 무장단체 '알 타우히드 알 지하드(유일신과 성전)'에 납치됐다.
이와 관련,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은 연합뉴스와에 인터뷰에서 "김씨와 지난달 31일 이후 연락이 두절됐고 6월11일 무장단체에 억류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은 김씨의 납치 사실을 현지 한국대사관에 알리지 않은채 자체 석방교섭을 벌였으나 실패했다.
김씨가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됐다는 사실은 21일 새벽 알 자지라 방송에 납치범들의 참수 위협 비디오가 방영되면서 전세계에 알려졌다.
김씨는 비디오에서 "나는 죽고 싶지 않다. 한국군은 제발 철수해달라"고 울부짖었다.
납치범들은 24시간의 시한을 제시하며 한국군 철수와 추가파병 철회를 요구했다.
오전 8시.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 이라크 파병원칙을 재확인하고 대책반을 가동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김씨의 석방 노력을 시작했다.
납치범들이 제시했던 24시간이 지난 22일 새벽.
김씨의 생사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오후 들어서는 한 사설경호업체가 김씨가 안전하다는 소식을 전해오면서 희망섞인 전망도 나왔다.
특히 오후 6시께 아랍 위성방송 알 아라비아 TV가 "납치범들이 요구 시한을 연장했다"는 방송을 내보내면서 무사귀환설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22일 밤 10시20분 김씨의 시신이 바그다드에서 팔루자쪽으로 35㎞ 떨어진 지점에서 몸과 목이 분리된 잔혹한 모습으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미군측으로부터 날아왔다.
주 이라크 한국대사관에 김씨의 시신을 찍은 e메일이 도착했고, 대사관측은 김씨임을 확인했다.
미 군의관에 따르면 김씨는 22일 오전 8~9시께 피살된 것으로 추정됐다.
발견 당시 김씨의 시신에는 잔혹한 전쟁의 희생자임을 알리듯 '부비트랩'이 설치돼 있었다.
김씨의 피살소식은 23일 새벽 3시 알 자지라 TV를 통해 전세계에 알려졌다.
납치범들은 "당신(한국인)들은 이라크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저주받을 미국에 봉사하기 위해 이라크에 왔다"고 말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