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소기업들이 엔화표시 프라이머리CBO(발행시장 채권담보부 증권)를 통해 아시아 투자자들로부터 1천3백억원가량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재정경제부는 23일 국내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을 덜고 아시아 지역 내 채권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해 1백20억엔(약 1천2백7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프라이머리CBO를 일본과 공동으로 발행한다고 밝혔다. 한ㆍ일 양국 정부가 프라이머리CBO 발행에 함께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프라이머리CBO는 신용도가 낮아 자체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하기 힘든 국내 중소기업(신용등급 'B-'에서 'BBB'급까지)의 채권을 하나로 묶어 만들어진다. 총 발행규모 1백20억엔 가운데 만기시 우선적으로 상환받을 수 있는 '선순위채권'은 1백억엔으로 주로 일본 투자자들에게 판매된다. 나머지 20억엔은 프라이머리CBO의 안전성을 보강하기 위해 중소기업진흥공단이 '후순위채권'으로 떠안게 된다. 재경부는 여기에다 기업은행과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의 신용보강 장치도 더했기 때문에 이번에 발행되는 프라이머리CBO는 거의 '무위험 자산'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프라이머리CBO에 포함된 중소기업이 부도를 내더라도 총 발행규모의 20%까지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 대신 물어주고 부도금액이 더 늘어나면 기업은행과 JBIC가 차례로 책임을 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발행금리는 중소기업의 환리스크 헤지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원화표시 프라이머리CBO 발행금리(연 8% 수준)보다 0.2∼0.3%포인트 정도 낮을 전망이다. 그만큼 중소기업들이 싼 값으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셈이다. 최중경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이번 프라이머리CBO 발행으로 국내 50∼60개 중소기업에 20억∼30억원씩의 자금이 지원될 전망"이라며 "앞으로 아시아 국가들간 다양한 형태의 프라이머리CBO가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