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다.' 배우들의 자존심 경쟁으로 애꿎은 제작비가 추가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하고있다. 다음달 9일 개봉하는 영화 '달마야 서울가자'의 포스터는 두 종류. 주연배우 정진영과 신현준의 이름이 각각 제일 먼저 등장하는 것으로 따로 찍었다. 하나는 정진영 신현준 순으로, 다른 하나는 신현준 정진영 순으로 이름이 적혀 있다. 작년 개봉했던 영화 '빙우'도 마찬가지. 눈치챈 관객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여주인공 김하늘과 송승헌의 이름이 두 가지 배열로 이뤄진 포스터 두 종류가 제작됐다. 이러한 현상은 영화에만 있는 게 아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 올초 방영돼 큰인기를 모은 SBS TV '발리에서 생긴 일'도 두 종류의 타이틀 화면을 찍었다. 드라마촬영 후에는 친한 사이가 된 소지섭과 조인성이지만, 두 사람의 소속사는 타이틀에누구의 이름이 먼저 나오느냐로 신경전을 벌였다. 결과는 1주일씩 번갈아 방영. 2001년 방영된 '명성황후'도 마찬가지. 타이틀에 누가 제일 먼저 등장하느냐로중견배우들도 신경을 곤두세웠다. 드라마의 경우 엔딩 신을 누가 장식하느냐도 신경전의 대상이다. 주인공 캐스팅시 '엔딩 신에 몇 회 이상'도 논의되는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 배우들의 이 같은 자존심 경쟁은 자신의 인기에 대한 확인 작업일 수 있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영화사의 한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자신이 인기가 있어도 비슷한 비중이라면선배 이름을 앞세우는 게 관례이다시피 했다. 그러나 요즘은 매니저를 내세워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고,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홍보 활동도 중단하겠다고 말해이처럼 궁여지책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배우는 연기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한편 흥행력도 주요한 평가 척도가 됐다. 만약 이렇게 자신의 이름을 내세워 흥행에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흥행에 실패했을 때책임은 어느 이름 순으로 할지 궁금하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