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에서 천도(遷都)는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지녀왔다. 왕과 귀족 간, 기존세력과 신흥세력 간 갈등이 천도론으로 표출된 경우가 많았다. 백제는 고구려에 밀려 위례성(서울 인근)을 버리고 웅진(공주)으로 갔다가 곧바로 사비(부여)로 천도했다. 방어하기가 쉽고, 호남 곡창과 가까운 곳으로 옮겨 왕권을 안정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고구려 장수왕이 평양 천도를 단행한 것 역시 만주 국내성에 뿌리내린 귀족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신라는 서라벌(경주)에서 1천년을 유지했지만 말기 들어 '지덕(地德)으로 나라의 운기(運氣)를 보존한다'는 도선국사의 풍수지리설이 나오면서 천도론이 자주 등장했다. 고려는 아예 도선이 정해준 개경(개성)을 수도로 삼았다. 왕권이 약해지면서 인종때 묘청의 서경(평양) 천도론이 나왔고, 국운이 쇠망해가던 공민왕 때 신돈은 충주 천도를 추진한 적도 있다. 조선도 초기엔 이성계와 이방원 간, 불교와 유교세력 간, 정도전과 하륜 간 권력다툼 속에 한양(서울) 정도(定都)가 흔들리기도 했다. 임진왜란 뒤 광해군은 교하(파주) 천도를 추진하면서서 쇄신을 꿈꾸었지만 반정으로 무산됐다.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온 나라를 휘감고 있다. 천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집권층의 의지만으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천도냐, 아니냐'를 떠나 수도 이전은 그 비용은 물론 정치 경제 민생에 이르기까지 파장을 헤아리기 쉽지 않다. 이번 주에도 건설교통부의 신행정수도 건설 기본계획 발표(21일)가 예정돼 있어 새로운 논란의 불씨를 지필 전망이다. 주말 내내 많은 비가 내리면서 서서히 장마권에 접어들고 있다. 하반기 경기전망도 답답한데 주말(25일) 경제장관간담회에서 돌파구를 기대해 본다. 정부가 이달 말 시한으로 준비해온 건설경기 연착륙 방안, 토지규제 정비, 중소기업 종합지원대책 등 3대 과제가 논의된다. 체감경기와 관련, 한국은행의 2ㆍ4분기 소비자동향 조사도 주목된다. 또 다른 관심사는 이해찬 총리후보 인사청문회(24,25일). 국회 원(院)구성도 지지부진한 가운데 야당들이 잔뜩 벼르고 있어 임명동의안 표결(29일)까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아울러 3차 북핵 6자회담(23일 베이징)은 국제적인 뉴스거리로 주목된다. 부시와 합창을 하고 싶다는 북한이 2년 가까이 끌어온 핵문제에 어떤 자세를 보일지 주목된다. <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