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자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는 알뜰 소비족이 늘고 있다. 초저가 할인행사만 찾아다니는가 하면 중고품을 이용하고 인터넷 동호회에서 쇼핑정보를 교환하는 '짠돌이'들의 대열이 확대되고 있다. 유가인상에 따라 승용차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지혜도 갖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이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 싼 상품만 찾는다 소비를 극도로 절제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갤러리아 수원점에서 연 '아동복 한점당 10원 판매' 행사에는 아침 8시부터 4백여명이 백화점 문앞에서 장사진을 치기도 했다. 지난 11일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가전제품 1백원 경매' 행사에도 2백여명이 참여, 에어컨 캠코더 식탁세트 등을 30% 정도 싼값에 낙찰받았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할인점이 문을 닫기 한시간 전에 쇼핑을 나와 '떨이' 상품을 반값에 사가는 소비자들이 요즘들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승용차도 전반적으로는 침체지만 배기량 8백cc 이하인 경차 판매는 전년보다 늘어났다. 국내 유일의 경차인 마티즈를 생산하는 GM대우에 따르면 올들어 월 평균 경차 판매규모는 3천9백80대로 작년 월 평균 판매대수(3천5백28대)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승용차시장 전체 판매대수가 30% 가량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경차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등록세, 취득세 등 각종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는데다 고속도로 통행료와 혼잡통행료 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경차 구매객은 더 늘어나는 추세다. 기름값도 절약 리스트에 올라있다. 서울 봉천동에 사는 홍순상씨(36)는 "자동차 기름값이 얼마 이하면 주유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정해 놓고 그런 주유소가 눈에 띄면 무조건 주유한다"며 자동차 유지비 절약방식을 소개했다. ◆ 절약할 수 있는데까지 절약한다 절약이 몸에 배면서 중고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의도에 거주하는 육근아씨(31)는 "아이들이 보던 책을 인터넷에서 팔고 그 돈으로 다시 아이용 중고서적을 산다"며 "최근에는 새 책이나 다름없는 깨끗한 책을 원가의 20% 정도에 사서 기뻤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아예 무료로 중고품을 구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도 늘고 있다. 파인드유즈드(www.findused.co.kr)가 '무료로 드립니다'란 코너를 만들어 회원들끼리 중고품을 무료로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할인점에서는 소고기 대신 닭고기나 돼지고기, 맥주 대신 소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비싼 곽 형태의 티슈보다는 저렴한 롤티슈가 많이 팔리고 있고 경기를 반영하듯 라면 판매액도 작년대비 20% 정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차테크' 용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신차 대신 저렴한 가격에 차를 리뉴얼해주는 카시트나 엔진효율을 높이는 연료출력증강기 등이 대표적인 차테크 관련 상품들이다. LG홈쇼핑(www.lgeshop.com)이 지난 12일 방영한 '몰라노 럭셔리 카시트'의 경우 준비한 수량 2천점이 판매 한시간만에 매진됐다. ◆ 가격에 무척 민감하다 불황은 필연적으로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양산하게 마련. 가격비교사이트 방문자수가 부쩍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가격비교사이트 마이마진(www.mm.co.kr)에 따르면 지난 1ㆍ4분기 방문자 수가 작년 4ㆍ4분기에 비해 27% 증가했으며 매출도 40% 늘어났다. 지난 9일에는 1998년 영수증부터 수십장의 영수증을 챙겨와 LG백화점에서 불량만두 환불 건으로 9만6천원을 받아간 30대 주부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수증 챙기는 일은 주부뿐 아니라 남편들도 가세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고객을 끌기 위한 할인점들의 시간대별 할인 서비스(일명 타임 서비스)도 종전보다 확대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예전에는 저녁 5시 이후나 폐점 1∼2시간 전에 타임서비스를 실시했는데 요즘은 오전, 오후, 떨이 등으로 3회 이상의 타임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규호ㆍ손성태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