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17일 아흐마드 쿠라이아 팔레스타인 총리와 예정된 회담을 돌연 취소해 건강 이상설이 다시증폭되고 있다. 전날 한때 사망설까지 나돌다 국영 TV에 등장해 건재를 과시했던 무바라크 대통령이 중요한 회담을 취소하자 아랍과 이스라엘 언론은 그의 건강 이상설에 다시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범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쿠라이아 총리와 예정된 회담이 열리기 직전 취소했다며 그의 건강에 다시 의문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쿠라이아 총리는 무바라크 대통령과의 회담이 취소됨에 따라 오사마 알-바즈 무바라크 대통령 정무보좌관과 오마르 술라이만 국가정보부장을 만난뒤 귀국할 예정이라고 아랍 신문들이 전했다. 무바라크-쿠라이아 회담은 이집트 관영 MENA 통신과 최대 일간지 알-아흐람에도이미 발표됐던 것으로, 이집트 정부나 쿠라이아 총리 모두 회담 취소 배경에 입을다물고 있다. 쿠라이아 총리는 무바라크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 후 이집트의 치안역할 및 이집트의 치안전문가 파견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회담에서는 또 다음달 열리는 팔레스타인 주요 정파회의 준비 문제도 논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무런 설명없이 회담이 취소되자 자연히 무바라크 대통령의 건강이상을둘러싼 소문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집트와 불가분의 안보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이스라엘과 아랍 언론 및 카이로외교 소식통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날 회담의 취소 배경은 두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첫째, 무바라크 대통령의 건강이 정상이 아닌 것은 사실이지만 정권 안보를 위협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스라엘 신문 마리브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런던에서 활동 중인 이집트 반체제인사의 주장대로 사망했거나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일지 모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집트 반체제 이슬람운동가 하니 시바이가 런던에서 운영하는 역사연구센터는 16일 주요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15일 밤 공화국수비대 병원의 중환자실로 후송됐으며, 그가 사망했다고 우리 소식통들이 알려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집트 국영 TV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같은날 밤 모하마드 후세인 탄타위국방장관과 회담하는 장면을 방송해 유고설을 일축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중동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카이로에 도착한 조지 테닛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도 만났다고 국영 TV는 보도했다. 카이로의 한 외교 소식통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혈압이 올라갔으며 심장과 귀에이상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간에 불편한 관계가 조성되고 있으며 회담 취소도 그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 포스트는 이집트가 팔레스타인측에 치안조직의 대대적개혁을 요구해왔지만 쿠라이아 총리가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자 무바라크 대통령의 감정이 상한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집트는 팔레스타인 치안조직을 현재의 12개에서 3개로 대폭 줄이고,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이 치안통제권을 넘기고 상징적 지도자로 물러서도록 압력을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라파트 수반의 측근들은 최근 이집트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력에 굴복해 자치정부를 위해하려 한다며 불만을 터뜨려왔다. 팔레스타인 이슬람 급진단체 지하드는 지난 16일 이집트가 가자지구에서 치안역할을 맡는데 반대한다고 경고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9일 의회의 새 회기 개회연설 도중 갑작스런건강이상 증세로 45분간 연설을 중단했으며 이후 와병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무바라 크 대통령은 최근 무릎 관절에 통증을 느껴 검진을 받았으며 지난달 27-29일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도 이 때문에 비틀거렸다고 소식통들이 말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6주 전 76세 생일을 맞았으며 내년에 5기 연임에 도전할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