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별세한 전철환 전 한국은행 총재는 '선비'였다. 22년간 지방(충남대 교수)에서 꾸준히 후진양성에 힘썼고 한은 총재에서 물러난 뒤에도 자리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 일 처리에서도 항상 우직한 선비의 뚝심을 보여줬다는 게 지인들의 회고다. 지난 2002년 3월 4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자리에서도 이같은 모습은 그대로 드러났다. "어려울 때 들어와 좋을 때 나가니 나는 정말 복받은 사람입니다"라고 겸손해한 전 전 총재의 퇴임사는 한은 임직원들의 기억에 오래 남았다. 전 전 총재가 처음부터 안팎의 존경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22년간 지방에서만 지내서인지 처음엔 투박하다는 평도 들었다. 그러나 그의 장점인 우직함은 곧 빛을 발했다. 구조조정의 어려운 시기에 정부의 국채 인수나 외환은행 출자요청을 거부해 원칙과 일관성을 지켜낸 것도 이같은 우직함에서 비롯됐다. 유족으로는 부인인 이경자 충남대 국문과 교수(62)와 종은(35·서울대병원 전임의),종익(33·헌법재판소 연구관)씨 등 2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 병원이며 발인은 20일 오전7시,장지는 익산 선영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