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미국 텍사스주의 L.B. 존슨 초등학교의 칼라 오닉 교장과 알베르토 레이에스 교장보는 학교 구내식당에서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레를 씹어먹는 기행을 연출했다. 학생들의 시험성적이 일정 기준을충족하면 벌레를 먹겠다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였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학업성적 향상 압력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학교 행정직과 교사들이 학생들의 성취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텔레비전 리얼리티 쇼에서 흔히 볼 수있는 이와 같은 엽기적 행동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15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텍사스주 덜래스 소재 포레스트 메도 중학교의 찰스브러너 교장은 학생들의 시험성적이 향상돼 학교 등급이 한단계 오르자 사전 약속대로 학생들이 개털 깎는 가위로 자신의 머리를 자르도록 했다. 교장의 머리를 자르는`영광'은 학생대표들과 시험성적이 가장 많이 오른 학생들이 누렸다. 이같은 교장이나 교사들의 기행 사례는 이밖에도 많다.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의 헨드릭 랜치 초등학교에서는 로버트 고든 교장이 읽기 분야에서 약속한 성적을올린 학생들을 위해 돼지에게 키스를 했다. 버지니아주 햄튼의 버뱅크 초등학교의데이비드 개스턴 교장은 주 교육당국에서 실시하는 시험에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자 발레리나용 짧은 스커트와 관(冠)을 착용한 채 발레 흉내를 내기도 했다. 교직자들이 이와 같은 기행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압력이 엄청나지만 웬만해서는 학생들에게 성취동기를 부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 행정부가 제정한 법률에 따라 각급 학교들은 2014년까지 일정한 시험성적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그동안에도 해마다 성적을 조금씩 향상시켜야 한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교가 2년 연속 기준에 미달한 성적을 내면 전학시킬 수 있다. 자체적으로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텍사스주는 성적미달을 이유로 몇몇학교를 아예 폐쇄하기까지 했다. 교장들은 "학교가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와 같은 극단적 행동과 이를 유발한 성적 만능 풍토를 비판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은 지적했다. 교사 출신 교육비평가인 수전 오헤이니언은 "성인이 된 옛 제자가 나를 `벌레를 먹었던 선생님'이 아니라 `독서를 좋아하도록 이끈 선생님'이라고 기억해줘 기분이 좋았다"고 꼬집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