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은 빈약했지만 성실성과 뛰어난 재테크 감각으로 10년 만에 10억원 이상을 모은 김종욱씨는 화가를 꿈꾸던 미대생이었다. 하지만 졸업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예술가의 길을 접었다. 김씨는 스물여덟살 되던 해 결혼했다. 성남시 수진동에서 5천8백만원짜리 지하 전세방을 얻었다. 이때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5ㆍ3ㆍ2ㆍ1'의 재테크 전략을 세웠다. 결혼 전 급여의 50%, 결혼 후 자녀 취학 전에 30%, 자녀가 초등학교 다니면 20%, 자녀가 중학교 다니면 10%를 각각 저축한다는 원칙이다. ◆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만 공략 지난 89년 서울 시흥동의 19평짜리 임대아파트로 이사한 김씨는 95년부터 본격적인 부동산 재테크를 시작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자녀가 크면서 돈이 절실히 필요했다. 김씨는 우선 일산신도시의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했다. 25평 아파트를 8천3백만원에 샀다. 97년 입주와 동시에 1억5백만원에 되팔았다. 2년 만에 2천여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 이에 고무된 김씨는 곧바로 인근 33평짜리 미분양 아파트를 또다시 분양받았다. 당시 분양가는 1억3천5백만원. 1년여 만에 웃돈이 4천만원이나 치솟았다. 이후 김씨는 광명시 소하동으로 옮겨 45평짜리 미분양 아파트를 1억8천9백만원에 매입했다. 지금은 4억3천만원이 됐다. 1백28%의 수익을 낸 셈. 지난 2000년에는 광명에서 분양가가 2억2천만원이었던 45평짜리 미분양 아파트를 또 한 채 샀다. 이 역시 지금은 시세가 4억5천만원선으로 뛰었다. 아파트 재테크를 하면서 그는 특히 금융조건에 신경을 썼다. 일단 계약금만 내고 나머지 중도금은 건설사의 대출알선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아파트단지를 선택할 때도 △중도금 전액 무이자 △중도금 50% 무이자, 50% 이자후불제 △전액 이자후불제 등의 순으로 우선순위를 뒀다. 만약 단지가 마음에 드는데 금융조건이 좋지 않으면, 반드시 여러 은행을 직접 방문해 금리조건, 근저당권설정비 부담여부 등을 꼼꼼하게 따졌다. ◆ 마당발은 손해보지 않는다 김씨는 주변에서 '마당발'로 통한다. 특히 인맥관리에 비중을 둔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10명 정도에게 조언을 구한다. 초ㆍ중ㆍ고 및 대학 동창모임과 동종업계 모임에서도 항상 선두에 나서 적극적으로 활동을 한다. 이 때문에 휴대폰 통화료가 매달 20만∼30만원씩 나오지만 아깝지 않다. 김씨는 투자를 결정하기 전 '발에 땀이 나도록' 돌아다닌다. 물론 업무가 없는 주말을 이용한다. 미분양 원인이 무엇인지,교통여건 개선은 어떻게 될 것인지 등을 빠짐없이 챙긴다. 그는 스스로를 '야행성 아침형 인간'이라고 말한다. 오후 12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들고 새벽 5시30분이면 일어난다. 요즘은 재테크 방향을 미분양 아파트에서 토지로 맞추고 있다. 현재 고향인 천안 주변 땅을 조금씩 사고 있다. 2년 전 고향 인근 농지 4백20평을 8천6백만원에 매입한게 벌써 호가가 2억원을 훌쩍 넘었다. 이 땅은 평생 갖고 있을 생각이다. 김씨는 "노후에 고향에서 농사 지을 생각으로 마련했는데 가격이 급등했다"면서 "재테크엔 철저한 발품과 정보가 필요하지만 운도 많이 따라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 < 투자원칙 5가지 > (1) 수도권 비인기 지역을 고른다. (하지만 발전가능성 잘 봐야 한다) (2) 미분양 아파트만 집중공략한다. (금융조건이 좋은 게 장점) (3) 작은 평수부터 시작한다. (무리하면 실패가능성 높다) (4) 철저하게 발품을 판다. (현장답사를 자주 한다) (5) 신문스크랩과 인맥관리는 기본. (정보는 곧 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