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폐막한 G8 정상회의에서 조지 부시 미행정부의 외교 스타일이 커다란 변화 조짐을 보였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외국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 1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부시 행정부가 갑자기 외교를 발견했다"는 말로 이같은 변화를 압축했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 3년간 일방주의적인 외교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으나 이번 회의를 통해선 "상대방 말을 경청하려는 태도와 견해차를 해소하려는 열의, 실용적인 해법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어조와 자세에서 두드러지는 변화를 보였다는 것. 이와 관련, 그동안 이라크 문제를 놓고 미국과 대립해온 독일과 프랑스가운데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괄목할 만한 변화"라고 말했고,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미국 외교관들이 보인 커다란 개방성"을 지적하며 "미국인들도 공정한 게임을 할 필요성을 실제로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부시 행정부 관리들이 사적인 자리에서 시인한 대로 특히 이라크전을 전후한 시기에 부시 행정부는 외교술의 부족을 드러냈으나, 지난 1년간 이라크에서 어려운 상황을 맞은 데 이어 갓 태어난 이라크 신 정부에 대한 국제적 지원을 얻기 위해선 다른 나라들의 관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이같은변화의 배경을 분석했다. 이같은 변화엔 민주당의 사실상 대통령 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이 "미국에 새대통령이 나서지 않고는 복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시 행정부가) 동맹들과 관계를위험에 빠뜨렸다"고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 여론조사에서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정책에 대한 지지가 떨어지고 케리 의원이 부시 대통령에게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나타난 점도 작용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수감자 학대 파문도 미국의 대외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키는 바람에 미국이 이번 회의에선 동맹들과 싸우는 모습을 피하려 한 면도 있다. 이 신문은 이와 함께 부시 대통령의 외교력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한자리로 G8 정상회의를 활용키 위해 부시 행정부가 G8 정상회의가 열리기전에 유엔안보리의 새 이라크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전력 투구한 점도 들었다. 최대 쟁점이될 뻔 했던 문제를 사전에 해결함으로써 G8 정상회의 테이블에 오르는 것을 피했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의 확대중동구상이 이번 회의에서채택된 것과 관련, "우리는 다른 동맹들의 의견을 수용했고, 그들은 우리의 의견을수용했다"며 "이것이 외교라는 것인데, 그동안 낯설 정도로 잊고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프랑스에서 열린 G8 정상회의 때는 회의가 폐막하기도 전에 떠남으로써 맹방들로부터 무례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부시 행정부의 이같은 외교 스타일의 변화가 전략적인 큰 틀의 변화인지 이번정상회의를 무난히 마침으로써 대선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시적인방편인지는 불확실하지만 1년전에 비해 큰 변화임은 틀림없다고 G8 외교관들은 입을모았다. 한 유럽 관리는 "이라크 사태가 악화되면서 대서양 양안의 관리들이 자신들이상호 의존적임을 깨닫게 됨으로써 협력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