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노사간 임.단협 교섭이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전국 100여개 병원의 파업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노조가 응급실과 수술실 등 필수업무 인력을 유지하고 일부 병원은 파업 참가노조원의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등 현재까지 `의료대란'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파업이 길어질 경우 진료 공백이 우려된다. ◇교섭 진행상황과 쟁점 = 병원 노사는 파업 예정일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열린중앙노동위원회 특별조정회의에서 조정시한을 10일 오전 0시에서 4시간 연장하면서까지 막판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회의에서 중노위가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주40시간으로 하되 토요근무 및 기타 근로조건은 노사 자율로 합의 결정 ▲임금은 주40시간 및 기타 근로조건과 연계결정 등의 조정안을 내놓았지만 근무시간의 경우 사측은 `주6일제', 노조는 `주5일제' 입장을 고수하는 등 노사 양측이 조정안 수용을 거부했다. 노사는 파업돌입 이후인 10일 오후 7시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교섭을 재개했지만주요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현재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는 이번 쟁의에 참가한 121개 병원 가운데 88개 병원에서 내달부터 시행되는 주40시간 근무제. 노조는 1일 8시간씩 주5일 근무하고 토요일에 쉬는 `온전한 주5일제'와 인력 최소 10% 이상 증원, 유급 생리휴가, 연.월차 휴가 및 밤근무후 2일 연속 휴가 보장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연중무휴 24시간 진료가 이뤄져야 하는 병원산업의 특성과 의료의공익성 측면에서 토요일 휴무를 전제로 한 주5일제는 어렵다"면서 평일 근무시간 축소를 통한 주 6일제와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른 연.월차 휴가 축소 등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이 `주5일제'와 관련해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것은 병원 노사의 교섭 결과가 향후 이어지는 다른 분야의 교섭때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때문이다. 즉 노동계는 `노동조건 저하없는 주5일제 시행'을 올해 임.단협의 가장 큰 요구사항으로 내건 만큼 이를 관철시켜야 하는 반면 사측은 공공부문 등에 미칠 영향을고려할 때 최대한 사수해야 하는 입장이다. ◇파업 장기화..주말 고비 = 이같은 상황에서 병원 노사는 11일 오전 11시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양측 대표단이 참여하는 대표교섭을 재개한다. 양측은 교섭 재개 후 곧바로 3명씩의 실무대표가 참여하는 실무교섭을 벌인 뒤오후 7시 다시 대표교섭에 들어가는 등 마라톤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현재까지 양측 교섭상황을 보면 이날 교섭에서 어느 한쪽이 입장을 양보, 타결에 이를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이날 파업이 이틀째 계속됐지만 노조가 응급실과 수술실 등 필수업무 인력을 유지하고 일부 병원이 파업 참가 노조원의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등 `의료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은 상태다. 양측의 입장차를 볼 때 파업이 다음주로 이어지면서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도 있다. 이 경우 필수업무 인력 등의 피로가 누적되고 환자가 주중 월요일에 가장 많은점 등을 감안하면 자칫 진료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데다 병원 노사는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협상을 벌인다"는 비난 여론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양측이 이날 교섭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진전된안을 제시 또는 수용해 의견 접근을 이룬 뒤 추가 협상을 통해 주말 대타협을 이룰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aup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