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먹거리' 비상] 식품안전 후진국 이유있다 ‥ 관리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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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단무지를 재료로 쓴 만두가 대량 유통되고 라면 수프마저 불량품이 버젓이 나돌 정도의 먹거리 안전 후진국.
학교에서 제공하는 급식마저도 믿을 수 없어 일부 학부모들이 급식 감독운동을 펼칠 정도로 식품불량국으로 전락한 데는 국내 식품위생관리 시스템의 총체적인 부실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먹거리 안전사고가 근절되지 않는 요인으로 식품위생사범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제일 먼저 꼽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지난해 식품위생법 위반 제조업체에 대한 행정처분은 4천8백91건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형사고발은 2백76건, 영업허가 취소 및 영업소 폐쇄는 4백77건, 영업정지는 8백4건이었다.
통계만 보면 식품위생사범에 대한 철저한 처벌이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허점 투성이다.
식품위생법 65조에는 '식약청장이나 지자체장은 영업정지나 품목금지 등의 처분에 갈음해 과징금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는 영업정지를 당해도 과징금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번 쓰레기 단무지 사건의 주범인 으뜸식품 대표 이모씨가 과거에 영업정지를 당하고도 과징금 6백60만원만 내고 수년간 영업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식품위생법 24조에는 '영업허가 취소나 영업소 폐쇄 처분을 받고 6개월 이상 경과하지 않으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종류의 영업을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다시 말해 영업허가 취소나 영업소 폐쇄 처분을 받고도 6개월만 경과하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종류의 영업을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터진 이후 식약청은 관련 제품에 대한 강제 리콜 계획을 밝혔지만 국민들은 못미더워 한다.
식품 리콜제는 1996년 12월에 도입됐지만 실제 리콜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지난해 결함 제품의 리콜 실적은 74건으로, 이중 자동차가 59건으로 가장 많았다.
식품은 상품 수가 셀 수 없이 많은 데도 자동차의 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9건에 지나지 않았다.
이마저도 정부에 의한 강제 리콜이 대부분으로 식품업체에 의한 자발적인 리콜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당국에 의한 강제 리콜도 유명무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6일 사건의 전모가 언론을 통해 발표됐지만 식약청은 리콜을 전혀 언급하지 않다가 쓰레기 단무지를 사용한 제빵ㆍ만두업체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들끓은 7일 오후에야 리콜 방침을 밝혔다.
쓰레기 단무지 자투리가 학교 급식에도 장기간 공급된 것으로 드러난데 이어 10일 서울시내 모 초등학교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 일부 학부모 단체들이 학교 급식 폐지론을 거론할 정도로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미 올들어 지난달 24일까지 전국 초ㆍ중ㆍ고 학생들의 집단 식중독 사고는 25건이나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환자 수는 무려 2천1백16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학교 급식으로 인한 식중독 사고가 12건(환자 1천2백18명)을 차지했다.
이처럼 문제가 많은 데도 학교 급식은 해당 학교와 위탁급식 업체간 계약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사고가 아닌 이상 해당 학교는 계약 해지 외에 별다른 제재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또 업소 단속은 교육청이나 식약청이 맡지만 영업정지나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은 관할 구청이 맡는 탓에 처분 결과에 대한 정보 공유나 사후 감독이 힘든 것은 물론 처벌도 '솜방망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정윤희 식품미생물팀장은 "현행 학교 급식 관리체계는 너무 허술하다"며 "어린이나 청소년의 건강 보호를 위해 강력하고 체계적인 단속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사회부 종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