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이해찬(李海瓚) 의원의 총리 지명이후 여권내 역학구도 재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4.15 총선과 6.5 재.보선을 거치면서 각 계파간 세력 부침이 명확해 졌고, 총선직후 벌어졌던 차기 대권주자들의 숨가쁜 경쟁이 다소 진정되면서 친노(親盧) 그룹이 급부상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이 총리후보 지명자에 대한 인준 절차가 완료된 후 참여정부 2기 내각에정동영(鄭東泳) 전 의장과 김근태(金槿泰) 전 원내대표가 참여하게 될 경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집권 중반기의 당권향배도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 당권파 = 재.보선 패배이후 신기남(辛基南) 당 의장은 상당히 입지가 축소된상태다. 당초 `관리형 의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출발했지만, 선거에서 진 뒤 여기저기에서 `조기 전대론'을 끄집어 내는 통에 영 마음이 편치 않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원구성 협상에서 한나라당의 `거여 길들이기' 전략에 말려 속타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또 내부적으로는 이라크 파병 등을 놓고 당내이견이 분출하면서 당론 결집에 어려움을 겪는 등 재적 과반 원내대표로서 혹독한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신 의장의 경우 10일 중앙위 표결에서 `대안 부재론' 속에 무난하게 재신임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천 대표도 `원칙과 투명성'으로 새로운 대야 관계 설정을 모색하는 등 한층 여유를 찾고 있다. 때문에 이들이 당분간은 당의 간판으로서 실무적으로 당을 장악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정 전 의장을 중심으로 한 `천.신.정' 그룹이 당의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들의 입지는 상당기간 안정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 친노그룹 = 우선 눈 여겨볼 대목은 최근 이해찬 총리 지명과정에서 주목을끌고 있는 유시민(柳時敏) 의원의 행보다. 그는 대표적 친노 직계그룹으로 분류된다. 당내에서는 그의 `튀는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도 있지만, `논리적 순발력'으로 그를 따를 사람이 없다는 점은 대부분 인정한다. 그에게는 또 소수지만 정예화된 지지기반이 있다. 주로 개혁당 출신의원 7-8명과 중앙위원회에 포진한 젊은 당직자들이지만 최근 외연을 확대해 `참여정치 연구모임'을 만들어 세를 확산시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차기 대권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이른바 `신(新)40대 기수론'이다. 이에 대해 유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은 "그는 참모형이지 리더형은 아니다"면서가능성을 희박하게 보고 있지만, 그가 직접 대권에 도전하지는 않더라도 새로운 인물을 대권주자로 내세울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친노그룹 가운데 문희상(文喜相) 의원은 당.청 관계 이상기류속에 최근 대통령정치특보직에서 해임됐지만, 이번 총리 지명 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속내를 정확히꿰뚫어 보면서 `죽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柳寅泰) 의원의 경우도 눈에 띄지 않게 당내에서 입지를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그는 여당에 문광위원장 몫이 배정될 경우 유력한 후보로꼽히고 있다. ◇ 영남파 = 김혁규(金爀珪) 총리 카드 무산이후 상당히 시들해 졌다. 더구나지난 재.보선에서 영남 교두보 확보가 물건너갔고, 최근 당내에서 `영남발전특위'논란까지 겹치면서 일단은 한켠으로 물러서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들은 국회의장과 당 의장, 원내대표가 모두 호남인 현실에서 전국정당화는 요원하다는 논리로 끊임없이 당권파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차기 전당대회에서 김혁규 의원이든, 제3의 인물이든 영남 출신 인사를 내세워승부를 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들과 친노 직계그룹의 경계선이 불분명하다는점에서 향후 합종연횡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