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대표 노기호)은 그동안 일본이 독점해온 프로젝션 TV용 특수필름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LG화학이 개발한 '마이크로 렌즈 어레이 필름 제조기술'은 프로젝션 TV용 스크린에 들어가는 수천개의 초미세 렌즈를 정밀하게 배열해 얇은 필름 형태로 만드는 것으로, 이전까지는 일본 기업이 관련 기술을 독점해 왔다. 국내 기업들은 프로젝션 TV가 상용화된지 17년이 경과된 지난해까지만 해도 관련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세계 스크린 수요 물량의 1백%를 일본 업체에 넘겨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성공한 이번 기술 개발로 세계시장 진출의 물꼬를 텄다는데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다고 LG화학측은 설명했다. 스크린은 프로젝션 TV의 핵심 장치로 브라운관(CRT) 액정표시장치(LCD) 디지털광프로세서(DLP) 등으로부터 투사된 빛을 시청자가 볼 수 있도록 영상으로 맺어준다. TV의 해상도와 밝기, 색대비 등의 성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장비다. 이번에 LG화학이 개발한 스크린은 첨단 제조법을 적용, 수평시야각이 40도로 일본의 경쟁사 제품에 비해 4도가량 넓고 해상도도 높다. 특히 CRT용 스크린의 경우 해상도와 시야각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갖췄다는게 LG화학측 설명이다. 스크린 두께도 세계 최소인 2.1mm로 4.5∼5mm인 일본 제품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 기존의 필름 제조법은 열가소성 아크릴 소재를 열에 녹인 후 미세렌즈 형상을 가진 금형에서 냉각, 압축하는 방식을 주로 이용해 왔다. 이같은 방법으로 고화질(HD) 영상기기에 필요한 고품질 미세 렌즈를 제작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특히 가열돼 녹았던 아크릴이 냉각 과정에서 수축현상을 일으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LG화학이 개발한 제조기술은 자외선을 받으면 굳어지는 자외선 경화수지를 이용한 것이 특징이다. 액체 상태의 자외선 경화수지를 필름 위에 도포한 후 연속적으로 롤 금형 내에서 자외선을 쐬어 굳어지게 하는 것이다. 열로 인한 뒤틀림 현상이나 수축현상 등이 없어 초미세 마이크로 렌즈 어레이를 미세 형상의 변형없이 정밀하게 제조할 수 있는 것이다. LG화학은 이같은 마이크로 렌즈 어레이 제조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광학용 재료, 초정밀 금형가공 기술, 광학 설계 기술, 설비 및 정밀제어 기술 등 대부분의 핵심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이에 힘입어 이번에 개발된 스크린 제품의 경우 부품 국산화율 1백%를 기록하게 됐다. 이번 연구는 LG화학 기술연구원의 김덕주 책임연구원 등이 97년부터 6년간 4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한 끝에 결실을 맺었다. LG전자는 1백50억원을 들여 프로젝션 TV용 스크린을 상용화, 시장에 내놨다. 올해 1백억원의 매출을 올린 다음 내년에 7백30억원, 2006년엔 1천2백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 기술 개발로 프로젝션 TV 시장에서 기술 자립도를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의 실적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