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남서쪽으로 40분가량 고속도로를 타고 가면 허베이성급 경제개발구인 랑팡경제기술개발구에 들어선다. 개발구에 진입해 남쪽 4차선 도로로 10분가량 가면 중국말로 '이나이쓰'로 발음되는 '依耐斯'와 'ENEX'란 간판이 나란히 걸려 있는 건물이 보인다. 이 곳이 바로 한국 부엌가구전문업체 에넥스의 중국 1호 생산기지인 대지 1만2천평 규모의 '에넥스부엌가구(依耐斯廚具)공장'이다. 2천평 규모의 공장 안에는 16명의 중국 직원들이 이달 말 준공을 앞두고 막바지 생산설비 점검에 한창이다. 이들은 지난 3월 초부터 2개월 동안 충북 영동군 황간면에 있는 에넥스공장에서 기술연수를 받았기 때문에 능숙한 손놀림으로 기계를 가동시킨다. 최상호 에넥스중국현지법인 부사장은 "이들을 포함한 60여명의 현지 생산인력이 다음달부터 하루 4백50대의 싱크대 몸체와 9백대의 문짝을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넥스가 겨냥하고 있는 주요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도시 주방가구시장이다. 중국 국무원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도시주방가구 시장규모는 2001년 94억위안(1위안=약 1백40원)에서 지난해 2백40억위안으로 증가했다. 또 올해는 3백억위안(약 4조2천억원)을 넘어서고 2006년에는 7백80억위안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에넥스는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베이징시내 중심에 위치한 차오양구에 4백50평 규모의 대형 전시장을 열었으며 총 1천만달러(약 1백20억원)를 투자해 랑팡에 공장을 지었다. 이 시장을 노리는 것은 에넥스뿐만이 아니다. 에넥스베이징전시장의 루샤오핑 사장은 "노빌리아 아르노 포겐폴 등 유럽의 부엌가구업체들이 최근 에넥스전시장 부근에 전시장을 열었고 베이징 인근에 공장을 건설하는 등 중국 가구시장은 세계 유명 가구업체들의 치열한 각축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넥스가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최근 건설붐이 일고 있는 고급 아파트시장이다. 중국 3위 건설업체인 쇼우뤼화위엔 부동산개발의 자오량 구매담당 부장은 "베이징 인근에 최고급 부엌가구시스템을 구비한 초호화아파트를 내년 5월 완공 예정으로 짓고 있다"며 "최상류층을 겨냥한 아파트들이 대량으로 지어지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들어가는 시스템부엌가구 수요도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오량 부장은 "에넥스 등 한국업체들이 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국 상류층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이미지를 높이고 이에 맞춰 최고의 품질을 갖춘 고가 제품을 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진호 에넥스 상무는 "중국의 고급아파트 부엌가구시장은 아직 뚜렷한 강자가 없는 초기 단계로 유럽의 유명 업체들과도 충분히 겨뤄 볼 만하다"며 "하반기부터 옥외광고 TV광고 등을 통해 대대적인 브랜드 홍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랑팡(중국)=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