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4:49
수정2006.04.02 04:51
이준원 파주시장의 자살동기를 둘러싸고 설이 분분하다. 유서 등 자살 동기를 입증할 만한 구체적 정황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 시장이 자신에 대한 수사망이 점점 좁혀져 오는데 따른 심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수사 압박설이 현재로선 가장 설득력이 있다.
이 시장은 지난 2일과 3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모 파주읍장(48)과 또다른 파주시청의 과장급 간부 1명이 검찰에 긴급체포되거나 소환 조사를 받게 되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주변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이 시장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검찰이 과장급 이상 간부 3명과 자신에게 수뢰 혐의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고민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4일 시장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검찰수사가 목전에 다가왔음을 직감한 것이 이런 극단적 행동의 원인이 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로선 이 시장이 투신 직전 검찰의 압수수색 움직임이나 비서 천모씨(34)의 소환조사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추정의 배경에는 이 시장의 평소 과묵하고 정의감있는 성격도 한몫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시장은 평소 말이 없고 직원들에게도 '공평무사하고 깨끗한 행정'을 주문해왔던 것으로 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하지만 "대단한 자산가인 이 시장이 1천만~2천만원 정도를 받았을 리도 없지만 검찰이 소환해 조사한 상황도 아닌 상태에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투신자살이라는 극단적 행동을 했겠느냐"면서 의문을 제기하는 직원들도 있다. 이 시장은 이북 출신인 아버지(78)로부터 쌀장사 등을 하며 모은 토지 등 많은 재산을 물려받아 재산이 1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주시청의 한 간부 직원은 "부하 직원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는 과정에서 시를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가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