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현실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사진에 흥미를 갖고 있는 사진작가가 드물다. 이보다는 디지털기술을 접목시켜 이미지를 왜곡한다거나 다른 장르와의 결합 등 아이디어와 테크닉을 이용한 예술사진이 주류를 이룬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다큐먼트(Document)'전은 한국에서 비교적 경시돼 온 다큐먼트 사진의 역할에 대해 살펴보는 기획전이다. '구보씨,박람회에 가다''자료사진에서 사진예술로''다큐멘테이션의 태도' 등 3개 부류로 나눠 국립박물관 국사편찬위원회 등에서 대여한 일제시대 사진자료를 비롯해 작가 29명의 사진 동영상 설치작품 등 8백40점이 출품됐다. '구보씨,박람회에 가다'는 박람회 형식을 빌려 일제 강점기에 생산된 기록사진들을 선보였다. 일본 왕족이 석굴암 앞에서 찍은 사진을 비롯해 유관순 한용운 등의 정면과 측면 사진,조선인들을 신체 측정방식으로 촬영한 사진,이왕가박물관 신축 전후 모습,일제의 수산업조사 결과 나온 어류 사진,사찰 및 유물 유적사진 등을 볼 수 있다. 일반인들의 모습을 담거나 유명 무속인들의 모습을 기록한 인물 사진들도 나와 있다. '자료사진에서 사진예술로'에는 우리 시대 삶과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다큐멘터리 작품이 출품된다. 평범한 시골 주민들의 모습을 담은 이상일의 '고향 시리즈',러브호텔을 소재로 한 안상욱의 '여관 감시카메라'와 이은종의 '여관',외국인 남성과 한국 여성 커플의 모습인 '해피 투게더',초등학생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가방 속 소지품을 늘어놓은 이태성의 '소지품 검사' 등의 작품에서 다양한 삶의 표정을 읽을 수 있다. 3부 '다큐멘테이션의 태도'에서는 산업 현장을 홍보 목적으로 찍은 사진에서부터 석유화학공장 자동차공장 등 대규모 산업시설을 담은 사진 등 '한국의 산업'을 다큐멘터리적 측면에서 다룬 사진들이 전시된다. 김철현 양혜규 백승철 이윤진 등이 출품했다. 6월27일까지.(02)2124-8800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