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4:24
수정2006.04.02 04:26
대법원이 27일 IMF 위기를 불러온 정책판단의 책임과 관련해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와 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최종 확정함으로써 지난 98년6월 대검중수부가 이들을 전격 구속기소하면서 시작된 이른바 'IMF 재판'이 6년만에 종결됐다.
이에 따라 당시 환란발생에 대한 비등한 비난여론에 밀려 충분한 증거수집이나 법리검토 없이 정치적 속죄양을 만들기 위한 기소였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 판결의미 =재판부는 이날 "외환위기의 전주곡인 기아사태 처리는 물론 대통령에 대한 외환위기 경고 묵살 등에 있어 두 사람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1심과 2심 판결 취지를 그대로 인용하고, 검찰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정책결정 잘못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할 수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재판부는 "환란의 징후가 구체화되던 97년10월 말 당시 피고인들이 외환위기를 축소ㆍ은폐했다고 보기 어려우며,대통령에게 IMF 구제금융 신청건의가 늦어진 것도 최악의 수단을 피하고 가능한 한 다른 대안을 찾아보기 위한 '정상적인 공무집행 절차'였다"고 판단했다.
◆ 사건 경과 =두 사람은 97년10월 말 윤진식 당시 청와대 비서관과 한국은행 관계자 등으로부터 외환위기 상황과 심각성을 보고받고도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은폐·축소 보고한 혐의(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로 98년5월 구속됐다.
검찰은 "정치적 야심과 자존심에 집착해 외환위기를 막지 못했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까지 놓쳤다"며 이들에 대해 각각 4년과 3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99년 1심 재판에서 법원은 직무유기 부분은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002년 항소심 공판에서도 법원은 강 전 부총리에게 자격정지 2년을, 김 전 수석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 당사자 반응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와 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대법원 선고가 내려진 뒤 "무죄 선고와 상관없이 재임기간중 외환위기를 막지 못해 국민들에게 많은 고통을 안긴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착잡한 심정을 나타냈다.
현재 동부그룹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강 전 부총리는 "환란 당시 책임자로서 국민들에 대해 송구스러운 마음과 도의적인 책임의식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외환위기 책임에 대해 적어도 법률적으론 무죄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 전 수석도 "이번 판결을 교훈삼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철저하게 원인을 분석해 보다 생산적인 결론을 얻어내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관우ㆍ강동균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