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다산경영상] 창업경영인부문 : 홍완기 HJC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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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초 당시 한ㆍ일간 축구시합이나 권투경기에서 일본에 지기라도 하는 날이면 사람들이 분해서 어쩔 줄 모르고 억울해 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제품이 일본 제품에 밀리는 것은 왜 당연하게 여기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쇼에이를 앞서는 헬멧을 만들어보자고 시간나는 대로 직원들에게 강조했습니다."
세계 오토바이 헬멧 시장에서 'HJC'란 자체브랜드로 10년째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해 오고 있는 HJC(옛 홍진크라운)의 홍완기 회장(64)은 "이같은 오기와 목표설정이 성공의 첫걸음이 됐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최고경영자(CEO)가 할 일은 바로 목표를 정한 후 직원들이 마음놓고 일하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는 것"이라며 "기업이 성공하려면 모범적인 '사람(人) 경영'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HJC는 세계 오토바이 헬멧시장의 절반을 점유하는 미국에 1983년 처음 진출한 이후 1992년에 약 3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선두 자리에 올랐다.
현재 4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이 회사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15%선에 이른다.
2위업체인 이탈리아 놀란(Nolan)의 점유율이 7∼8%에 불과할 만큼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초기 타도 대상이던 일본의 '쇼에이'는 더이상 경쟁상대가 아니다.
최근 세계적인 오토바이전문지 '모터사이클 인더스트리 매거진'이 미국 유통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6%가 HJC를 선호해 2위인 쇼에이(13%)를 여유있게 따돌렸다.
HJC헬멧이 세계 최고 자리에 오른 원동력은 기술력이다.
기술력의 근간은 홍 회장의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에 있다.
HJC는 3백54명의 직원중 39명이 연구개발인력이다.
홍 회장은 매년 매출액의 10%를 연구개발비에 투자한다.
이 회사는 현재 국내외에서 모두 42개의 특허를 갖고 있다.
홍 회장은 "오토바이 헬멧은 생명을 보호하는 장치로 '생명존중의 사상'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야 한다"며 "안전성과 착용감이 뛰어난 소재와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회장의 사람 중시경영도 회사가 급성장하는데 큰몫을 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회사설립 당시 함께 고생한 초창기 간부들을 지난 1997∼1998년에 소사장으로 독립시킨 것이다.
"기업이 어느정도 성장하면 해외 마케팅이나 수출업무, 브랜드 관리 등 보다 복잡한 분야에서 '젊은 피(인재)'를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회사의 초창기 멤버들이 기업의 상층부를 계속 장악하고 있으면 새로운 인재들이 마음껏 일하기가 힘들죠. 그렇다고 여전히 제조와 관리에서 유능한 개국 공신들을 떨쳐버릴 수는 없기 때문에 소사장제도를 도입하게 됐습니다."
홍 회장은 용인 HJC본사 건너편에 약 3천5백평의 부지를 마련, 이 곳에 공장과 생산설비를 갖추고 12명의 간부들을 소사장으로 독립시켰다.
이들에게 부품생산 및 일부 공정을 맡겨서 반제품을 납품받았다.
홍 회장은 "제품과 회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소사장들과의 협력관계는 놀라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며 "간부들이 모두 나름대로 작은 업체의 주인이 되고 보니 원가절감과 인력수급면에서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에 대한 홍 회장의 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회사의 복지시스템은 대기업 못지않다.
회사가 나서서 주택이 없는 사원들에게 사원주택을 공급하거나 무이자 주택융자를 제공한다.
현재 35채의 사원주택을 가족당 5백만∼1천만원에 임대하고 있으며 점차 주택수를 늘려갈 예정이다.
또 직원 기숙사와 주부사원을 위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이익금의 10%를 직원들에게 특별상여금으로 지급한다.
홍 회장은 "노사가 하나면 경쟁력이 열"이라며 "노조가 없을 만큼 화합된 노사관계와 열정적이고 성실한 직원들이 우리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