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 아웃사이더 전략 '열매'..밖에서 빌려온 아이디어 '경영에 補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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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보다 숲을 보기 위해서는 숲 밖으로 나가 봐야 한다.'
이 원칙은 기업에도 적용된다.
규모는 세계 수준이지만 오랫동안 성장이 정체됐던 P&G가 '아웃사이더' 전략으로 거듭나고 있다.
신상품 개발 때 아이디어를 다른 사업부에 물어보고 기술은 다른 기업에서 빌리거나 사온다.
미국 포천지 최신호(6월7일자)는 1백67세나 된 '노쇠한 거인' P&G가 이 같은 전략 덕분에 20개 사업부 중 19개에서 일제히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해답은 밖에서 알고 있다=P&G 연구개발인력 7천5백명이 접속하는 인트라넷에는 '린스하지 않고 씻을 수 있는 법 아시는 분','화이트닝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 등과 같이 생각을 공유하자는 글이 자주 등장한다.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차 세척제를 내놓을 때는 정수시스템 사업부가 힌트를 줬고,치약 개발은 커피·샴푸 사업부의 향기 전문가들이 도와줬다.
사내에서뿐 아니라 타사에서 도움을 구하기도 한다.
벽 얼룩 제거제의 주요 성분을 개발하려고 제약회사 바스프에서 연구팀을 빌려왔고,포장재용 접착필름을 만들 때는 심지어 경쟁사인 클로락스에 협조를 요청,합작 자회사를 만들었다.
A G 래플리 회장은 "발명가들은 온 세상에 고루 퍼져 있다.연구실이 아니더라도 심지어 차고에서도 발명을 이뤄낼 수 있다"며 "회사 밖에서 상품 개발을 하는 비중을 현재 35%에서 절반까지 높이겠다"고 말했다.
◆효율성이 최우선=P&G가 사방에서 아이디어와 기술을 얻어다 쓰게 된 계기는 래플리 회장이 2000년 CEO로 취임했을 때(회장 선임은 2002년) 전임자가 경영하는 동안 비용이 너무 높아져 성장을 방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래플리 회장은 이 때문에 상품 개발시 시장 반응 조사와 보상 체계까지 과감히 생략할 것을 지시했다.
지난해 보톡스 수술이 유행하자 18개월 만에(개발에서 출시까지 평균 3년) 주름 개선 화장품을 내놨는데,워낙 급하게 내놔 시장 반응 조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시장 점유율 1위다.
또 P&G는 미국 기업들이 흔히 쓰는 수법인 거액의 보너스도 도입하지 않았다.
래플리 회장은 "아이디어 교류를 제대로 하지 않는 간부들은 승진시키지 않으면 된다"고 주장한다.
P&G는 상식을 파괴한 이 같은 전략으로 판매량이 2000년 이래 매년 7%씩 늘고 주가는 73%나 올랐다.
1분기에는 20개 사업부 중 19개의 시장점유율이 증가하면서 전체 판매량이 12%나 늘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