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0일 7개월여의 `무당적' 상태를 접고, 열린우리당에 정식 입당한다. 열린우리당도 `실질적 여당', `정치적 여당'이라는 불편한 호칭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법적 여당으로서의 위상과 책임을 동시에 걸머지게 됐다. 노 대통령의 입당은 총선 승리와 탄핵안 기각이후 기정사실화된 것이긴 하지만,실제 그의 입당이 갖는 무게는 당.청 관계의 근본적이고 공식적 변화라는 측면에서의미가 크다. 우선 노대통령의 입당은 `당.정.청'간 공식 협의를 통한 책임정치 구현 측면에서 상당한 변화를 수반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어정쩡한 논의기구에 불과했던 당정협의, 정책정례회의 등이 실질적이고책임있는 정책결정 협의기구로 변환될 가능성이 크며, 그 결과에 대한 공과는 당.정.청이 분담할 수 밖에 없다. 고위 당정회의가 부활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고, 노 대통령과 우리당 지도부간 정례회동 추진 의사를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이 밝힌바도 있다. 특히 이라크전 추가 파병 문제와 추경예산 편성 등 현안과 관련해 당.정간 협의채널이 곧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 향후 당.정관계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입당은 과거 대통령이 당 총재를 겸임했던 시절과는 정치적측면에서 상당히 달라질 것이라는계 청와대와 당측의 공통된 견해다. 청와대의 일방통행식 `당 지배' 양상이 재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노 대통령도 지난 4월21일 우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에서 "입당을 하게 되면 책임있는 당원으로서 당 운영에 참여할 것이지만 당직 임명이나 공천과정 등에는개입하지 않고 당직도 겸임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석당원'으로서의 구체적 활동원칙을 밝힌 바 있다. 당측도 노 대통령이 당의 일반적 원칙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민주적이고 수평적리더십으로 당 운영에 참여할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이날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노 대통령의 정치적 지도력은 존중돼야 한다"며 "대통령이 당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토론하는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인사에 관여하거나 한 사안에 대해 구체적 지시를 내리는 것은 당정분리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특정사안에 대한 구체적 지시에 대해 일정한 선을 그은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그의 한 측근은 "초선의원이 108명에 이르고 있고, 3선이상 중진들도 자신들의 색깔이 분명한 우리당에서 민주적 논의 절차를 거쳐 결론을 도출해 내야 한다는 취지"라면서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일사불란한 의사결정구조가 돼서는안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총선 승리와 탄핵 기각의 탄력을 받고 있는 노 대통령이 어느 때보다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과거와 같은 `정형화된 당 지배력'은아닐지라도 `무정형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지금 누가 노 대통령에게 `노'(NO)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민주적 리더십'과 `강력한 영향력'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가 노 대통령의입당을 계기로한 당.정간 새로운 관계 설정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데 여권내에서는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