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18일 국무회의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확정한 것은 노사문제에 대한 정부의 강한 개혁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대책은 오는 6월부터 본격화되는 민간기업의 임단협을 목전에 둔 시점에 발표돼 민간기업들(사용자)에 충격을 주고 있다. 민주노총과 산하 민간기업 단위노조들은 '비정규직 처우개선 및 정규직 전환'을 올 임단협의 최대 투쟁목표로 선정해 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전격적으로 확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노조측에 힘을 실어주는 셈이 됐다. 반면 사용자측은 '비정규직문제해결에 민간기업도 적극 동참하라'는 정부의 강한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재계는 올 임단협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그동안 민간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 대한 논의를 미뤄 왔고 재계도 최근 들어 경제 전반의 상황이 더 나빠졌기 때문에 정부가 상당기간 논의과정을 거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정부가 비정규직 대책안을 서둘러 확정할 경우 민간기업 노조에서도 이를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비정규직문제 해결을 들고 나올 것이 뻔하고 이 경우 산업현장은 노사갈등에 휩싸일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 인력의 생산성 향상과 기존 노조의 임금인상 자제에 대한 구체적인 처방없이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앞당길 경우 기업의 국제경쟁력 저하는 필연적이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재경부 등 다른 경제부처들이 노동부의 비정규직 해법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재경부 등과 재계 양측의 반론에 밀려 노동부의 비정규직 대책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당초 예상을 깨고 전격 통과됐다. 이는 그동안 사회통합 차원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강하게 피력해 왔던 노무현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노동부에 힘이 실린 결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엄연택 노동부 근로기준국장은 "비정규직 대책 확정이 보류된 것은 재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어 이를 의식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정부 내부적으로 큰 골격은 대부분 합의된 상태였고 비정규직에 대한 정부의 관리체계 등 지엽적인 문제로 진통을 겪어 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부의 결정에 대해 재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설, 고유가, 중국 쇼크 등으로 가뜩이나 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지는 마당에 민간기업에 파급효과가 큰 비정규직 대책을 확정 발표한 것은 노사현장에 갈등만 부채질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재계는 그동안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차별을 해소하자는 정부와 노동계의 요구에 원칙적으론 찬성하면서도 임금 인상을 통한 인위적인 해결책 등에는 강한 거부감을 보여 왔다. 오히려 임금이 많은 대기업 사업장의 임금인상 억제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경총 관계자는 "정규직 지상주의는 노동시장 왜곡과 고용시장 악화를 초래할 뿐"이라며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 해소와 연계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