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종합주가지수가 800선 이하로 또 다시 떨어지자 외국인 순매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주가 급락 초기인 지난달 말 이후 관망세에 들어갔던 외국계 대형 펀드들이 최근 들어 낙폭이 큰 우량주와 경기방어주를 중심으로 적극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외국 펀드의 국내 진출도 감지되고 있다. UBS 안승원 상무는 "지난해 이후 들어온 헤지펀드는 주식을 처분하고 대부분 빠져 나갔다"고 전하고 "지난주 이후 국내증시가 급락하자 대형 우량 펀드를 중심으로한 외국계 큰손들의 저가 사냥이 재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가매수 나선 외국계 '큰손' 18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17일까지 외국인은 2조3천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해 5월부터 외국인이 사들인 금액(27조1천4백1억원)의 8.4%에 불과하다. 매도물량의 대부분도 급락 초기인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에 집중됐으며,이후 외국인은 저가매수에 보다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상장기업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외국계 주요펀드의 지분율이 지난달 26일 이후 18일까지 대부분 상승한게 이를 말해준다. 특히 종합주가지수가 800 이하로 떨어진 지난 10일 이후 매수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국내 증시의 최대 '큰손'으로 불리는 캐피털(CRMC,CGII)은 5월들어 SK(주) 농심 KT,그리고 대림산업의 지분을 추가로 매집했다. KT 지분을 1.05%포인트 늘렸고 농심 지분율도 6.20%로 1.02%포인트 높였다. 특히 지난 3월말부터 SK(주)주식을 꾸준히 매입, 이날까지 6.72%를 샀다고 공시했다. 세계최대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 역시 이 기간동안 금호전기LG전자 주식을 대량으로 장내 매수했다. 도이치투신운용은 대구백화점 주식을 매수했고,템플턴자산운용,슈로더투신운용 등도 매수 우위를 보였다. ◆신규 펀드도 가세 UBS 안 상무는 "주가가 800선을 밑돌면서 한국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싼지 확인하려는 해외 펀드들의 방문이 늘고 있다"며 "신규 펀드들은 저평가된 중소형우량주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게 특징"이라고 전했다. 아틀란티스코리안스몰러컴퍼니펀드를 비롯 얼라이드유러피언인베스트먼트,트윈넷아시아펀드 등이 대표적이란 것이다. 실제 아틀란티스코리안스몰러컴퍼니펀드는 최근 급락장에서 삼성엔지니어링 태광 등 13개 중소형 우량주를 집중 매입했다. 피데스투자자문 송상종 사장은 "최근 주가 급락으로 기관들이 일제히 손절매에 들어간 반면 외국인들은 저가매수를 하고 있다"며 한진해운 현대차 대우조선해양 포스코 제일기획 삼성중공업 등을 대표종목으로 꼽았다. 리먼브러더스 윤용철 상무는 "외국계 펀드가 순매수에 나선 것은 아시아에서 한국을 제외하면 투자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메릴린치 이원기 전무는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호전되고 있어 장기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며 "오랜 투자경험을 지닌 펀드들은 주식시장의 일시적 등락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