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심각한 총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총선후 주가 폭락과 여권연합인 전국민주연합(NDA)의 '소니아 간디 총리취임 보이콧'까지 겹치면서 정국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간디 국민회의 당수는 19일 총리 취임을 강행키로 결정,여야간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8일 인도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간디 당수는 압둘 카람 대통령과 내각구성을 위한 회동을 마친 뒤 19일 좌파연정을 이끄는 총리에 취임할 예정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총리가 이끄는 바라티야자나타당(BJP)의 프리카시 자브제카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외국태생 인사가 인도를 통치하는 것은 커다란 불명예"라며 "간디 당수의 총리 취임을 보이콧 하겠다"고 밝혔다. 여권연합 NDA 소속 19개 정당도 일제히 '간디 총리 취임 반대운동'을 벌일 것을 선언했다. 이에 앞서 국민회의와 연대하고 있는 인도공산당 등 일부 좌파 정당들도 "정책적 이견으로 간디 주도의 차기 정부에 합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인도 정국은 더욱 혼미해지고 있다. 현지 관측통은 이번 총선에서 61석(전체 5백45석)을 차지한 좌파 정당들이 연정에 불참할 경우 2백18석을 차지한 국민회의 차기 정권의 안정적 과반수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정국 불안은 인도 증시에 직격탄을 날렸다. 인도 증시는 총선 결과가 나온 뒤 이틀간 무려 16%나 추락했다. 새좌파 정부가 국영기업 민영화 조세개편 등 경제개혁을 늦출 것이란 우려로 해외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 투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측 주요 당직자들은 선거 유세기간 동안 힌두스탄석유와 바라트석유 등 대형 국영기업들이 외국인 손에 넘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극빈층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더 늘리겠다는 국민회의의 정책도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인도는 외환보유액이 1천억달러에 육박하지만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이른다. 뉴델리의 신용평가기관인 크리실의 수비르 고카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민영화를 하지 않은 채 극빈층 보조금을 늘린다면 법인세와 소득세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에는 그만큼 경제적 부담이 더 늘어난다는 얘기다. 간디의 검증되지 않은 리더십도 인도 경제에 불안요소. 정치 신인인 그가 바지파이 전 총리의 카리스마를 대신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장 참여자들은 소니아 정부의 경제정책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당분간 투자를 자제할 것"이라며 일정기간 주가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