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인들이 18일 광주 망월동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대거 참석했다.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여야 지도부는 서로 덕담을 건네면서도 호남민심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열린우리당은 민주세력의 '본류'임을 자부하며 총선 승리를 견인한 호남 유권자들에게 감사를 표했고,한나라당은 '호남 껴안기'에 주력하며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열린우리당은 신기남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를 비롯 1백여명의 의원 및 당선자가 기념식에 참석해 세를 과시했다. 신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오고 민주개혁세력이 안정의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이제야 광주영령 앞에 떳떳한 마음으로 참배할 수 있게 됐다"며 "야당대표가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각 당 대표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든든하다"고 말했다. 전날 의장직에서 물러난 정동영 의원은 평의원들과 함께 행사장 뒷줄에 자리를 잡아 시종 엄숙한 표정으로 행사를 지켜봤다. 한나라당에선 박근혜 대표와 30여명의 의원 및 당선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한나라당 대표가 5·18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지난 2001년 이회창 전 총재에 이어 두번째다. 박 대표는 광주시민들을 향해 "얼마나 마음 아픈 세월을 살아오셨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5·18이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고 그 민주화 정신이 지역을 넘어 한반도 전체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화해의 메시지를 보냈다. 기념식에 참석한 일부 시민들은 박 대표에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이제는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박 대표는 기념식 후 5·18 묘역과 기념관을 자세히 돌아보며 관심을 나타냈다. 박 대표는 5·18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이었던 고 박관현 열사의 묘 앞에서 누나인 박행순씨에게 "몇살에 옥사하셨죠"라고 물었고,박씨는 "21살에 옥사했다. 참석해줘 고맙다"며 박 대표와 포옹하기도 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는 "박 대표가 참배하면서 진정으로 5·18정신을 새기고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반성하길 바라며 앞으로 잘못하면 오늘의 참배는 거짓 참배가 될 것"이라며 한나라당을 겨냥했다. 민주당에선 한화갑 대표 등 당선자들이 참석했다. 광주=최명진 기자 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