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韓方)에선 필수적인 조건이 있다. 최상의 약재가 있어도 한약은 세 사람의 마음이 합쳐져야 효험을 낸다는 것이다. 먼저 약방에서 정성스럽게 약을 지어야 하고, 그 약을 태우지 않고 정성껏 달이는 마음이 더해져야 한다. 하지만 그런 정성을 고마워하며 약을 마시는 환자의 마음가짐이 없다면 한약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환자의 병을 고치는 한약이 이 정도일진대, 하물며 활력을 잃은 나라 경제를 다시 세우기 위한 마음가짐은 어때야 할지 짐작할 만하다. '이제는 경제다'가 화두처럼 떠올랐다. 약을 짓고(정치), 달이고(정부), 들이켜는 사람(기업ㆍ국민)이 마음을 모으지 않고선 경제의 약효를 기대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대통령부터 여야, 국민 모두 한 목소리로 외치는 '상생의 정치'는 이견ㆍ대립에서 최대공약수를 찾고, 국민에게 제시할 미래 비전의 최소공배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탄핵 의결→총선→탄핵 기각'이란 2개월여 고단한 항해도 끝이 났다. 노무현 정부는 이제 새로운 판짜기에 들어간다. 이와 관련해 이번 주는 하루하루 일정이 모두 관심거리다. 먼저 월요일(17일) 대통령 주재 경제장관간담회가 열린다. 최근 급격히 악화된 대내외 경제환경은 집권 2기를 맞은 노무현 정부에 버거운 짐이 아닐 수 없다. 이 자리에선 뾰족한 대책보다는 논란을 빚어온 경제상황 인식에 대해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18일 국무회의에 앞서 연일 사상 최고가 행진을 벌이고 있는 고유가 대책회의도 열린다. 청와대는 16일 비서실 직제개편에 이어 17일 후속 인선을 발표한다. 청와대 진용이 갖춰지더라도 개각은 한 달여 뒤다. 고건 총리 후임으로 김혁규 전 경남지사가 유력하지만 야당의 비토 분위기가 변수다. 노 대통령은 21일께 대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한다.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경제계와의 타협점을 모색하고 경제활력 회복에 합심하자는 취지다. 솔직히 경제계에선 당근보다 채찍 쪽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조의 입찰참여로 논란을 빚는 대우종합기계 매각 예비입찰이 18일 마감되고 다중채무 신용불량자의 신용회복을 지원할 '한마음금융'(배드뱅크)이 20일 출범한다. 이밖에 경제지표로는 한국은행이 1ㆍ4분기 경제성장률을 21일 발표한다. 수출호조 덕에 5% 안팎의 성장률이 예상되지만 2ㆍ4분기 경제여건이 너무 달라져 큰 의미를 두긴 어려울 듯하다. 직무정지 기간중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던 노 대통령에게도 봄은 왔다. 여름을 눈 앞에 둔 5월, 경제와 민생에도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