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의 중장기 운용계획을 마련할 '마스터플랜 기획단'이 13일 출범하면서 국민연금기금의 주식투자 확대 문제가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기획예산처가 국민연금기금 외에 각종 기금들의 주식투자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현행 기금관리기본법을 개정, 이들 기금의 주식투자 방침을 밝힌데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강하게 반대하는 등 각종 기금의 주식투자 문제를 놓고 정치권에까지 찬반논란이 번지는 양상이다. 국민연기금의 주식투자와 관련, 여권과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등에선 '주식투자 대폭 확대론(국민연기금 금융자산의 30% 정도)'을 펴는 반면 복지부는 신중론을 보이는 등 정부ㆍ여당내부에서도 시각이 판이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출범한 국민연기금의 중장기 운용 기획단이 앞으로 주식투자에 대한 어떤 '로드맵'을 마련하느냐는 다른 기금들의 주식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정부 관련부처는 물론 정치권, 주식시장관계자들까지 신경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 주식투자 금융자산의 30%까지 늘리자 =3월말 현재 국민연기금은 금융자산(1백3조4천2백14억원)중 주식에 모두 7조9천7백8억원(7.7%)을 넣어놓고 있다. 주식투자 비중도 지난해 7조6천억원에서 올해 10조원 규모로 늘려잡았다. 하지만 경제부처쪽에서는 주식시장 활성화와 '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주식투자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며 최고 30%선까지 거론하고 있다. 김병덕 예산처 기금정책심의관은 "연ㆍ기금의 주식투자는 시세차익보다 배당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주가 변동에 큰 영향을 입지 않는다"고 말한다. 갈수록 증시 장악력이 커지고 있는 외국인에 맞설 수 있는 '대항마'를 키워 '국부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일구 랜드마크투신 이사는 "국내 기업이 벌어들인 돈의 상당부분이 배당을 통해 외국으로 빠져 나가고 있다"며 "기업이 만들어낸 부가가치를 다시 국내로 환류시키기 위해서라도 연ㆍ기금의 주식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리스크 관리가 우선이다" 신중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점진적 증대'라는 입장이 확고하다.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노후를 담보하는 생계자금인만큼 안전이 최우선 덕목"(조국준 기금운용본부장)이라는 이유다. 기금운용본부의 한 관계자는 "외국 연ㆍ기금이 가입자들이 위험도를 선택하는 선택형인 것과 달리 우리 국민연금은 확정급여형이라 리스크 관리가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민연금과 자주 비교되는 미국 캘퍼스(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연금)는 보유자산(1천6백억달러ㆍ지난해말 기준)의 65%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지만 미 S&P500 지수의 시가총액(10조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미만에 불과하다. 반면 국민연금이 20%를 주식에 투자할 경우 국내 증시 시가총액(약 4백조원)의 10%에 육박하게 된다.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설명회에 국민연금 관계자가 참여했다는 얘기만 돌아도 해당 주식이 들썩일 정도"라며 "국내 증시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이 주식을 사는 건 몰라도 파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률도 문제다. 1980년부터 2000년까지의 데이터를 놓고 볼때 KOSPI 인덱스 상승률은 연평균 9.06%,회사채 수익률은 16.41%였다. 주식 수익률이 채권 수익률을 밑돌았다는 의미다. ◆ 전망과 과제 =국민연금의 덩치가 커지면서 장기 안정성과 함께 경제 공공성을 외면할 수는 없게 됐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기금 규모를 감안할때 주식투자의 절대규모 역시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주식투자비중은 특정업계나 부처의 요구를 벗어나 철저히 '최적의 자산배분'의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혜수ㆍ안재석 기자 dearsoo@hankyung.com